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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15. 2019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일상의 흔적 28

2월 13일, 차가운 바람 그러나 반가운 영상 기온. 누군가의 따뜻함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늘 그렇듯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그저 평탄하게 끝나는 듯했던 하루의 끝에 친구와 급하게 약속을 잡았다. 사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푹 쉬고 싶었지만, 어딘가 지친듯한 친구의 목소리에 오늘 꼭 만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친구의 요청에 광안리가 한눈에 보이는 맥주집을 찾았다.


고민 많아 보이는 얼굴로 희미하게 웃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 반짝이는 광안대교의 불빛을 바라보며 우린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한잔을 다 비워갈 때도 끊임없이 토해내는 친구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저 조용히 있었다. 때론 말없이 옆을 지켜주는 것만 해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친구는 담담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 회사 쪽에 퇴사 의사를 전달했는데 진행 과정이 너무 힘겹고, 명확한 결정 없이 시간만 자꾸 늦추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친구의 상황과 생각을 100%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섣부른 답을 할 수 없었다.


친구 역시 내 대답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듯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앞뒤 상황에 대한 설명, 답답한 마음, 앞으로 풀어가고 싶은 본인의 방향 등. 두서없이 쏟아지는 말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차분하게 들어주었다. 친구의 말속에는 사실 답이 있었다. 친구는 어쨌든 회사와 나쁘게 헤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좋은 감정을 쌓았던 사람들에게도 민폐가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친구에게 단순하게 말했다.

"네가 마음 가는 대로, 생각대로 해. 그게 정답이야.

그 누구의 조언도 네 선택보다 훌륭하지 않을 거야."


꾹꾹 마음을 누르며 담담한 척을 하던 친구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친구는 내 단순한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듣고 싶던 말이라고 했다. 친구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조언을 구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어떠한 이해도 없이 무작정 본인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우기며 마치 친구를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여기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말할까 봐 처음엔 말을 꺼내지 못했고, 말없이 들어주는 모습에서 이미 위로를 느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성의 없는 내 한마디는 친구가 원하고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가끔 사람들은 남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을 ‘가르치다’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강요하고, 생각이 다르면 끝까지 본인의 주장을 펼치며 설득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혹은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옳고 확실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삶에서 언젠가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100점짜리 답은 없다.


사람마다 겪어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과 그에 따른 행동과 선택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겪어보지 않은 상대방의 삶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조언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그저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끝없이 용기를 주고 믿음을 보내며,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 그저 나의 상황과 생각에 공감해주는 것,

사실은 조언보단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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