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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21. 2019

일상의 순간을 담은 따뜻하고 다정한 그림

일상의 흔적 29

2월 20일, 그 어떤 날보다 따스한 햇빛. 차 작가님과 인터뷰를 했다.

차 작가님의 인터뷰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회사에서 만드는 잡지 중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를 섭외해 인터뷰를 하는 콘텐츠가 있다. 여러 예술가들의 콘텐츠를 찾아보던 중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었고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흔쾌히 제안에 답해준 작가님 덕분에 바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인터뷰 하루 전, 작가님의 콘텐츠를 찾아봤다.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엿보고 나니 더욱 만남이 기대됐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기대를 가지고 직접 만난 작가님은 그림으로 만났을 때보다 더 유쾌한 사람이었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주셨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약간 높아진 톤으로 적극적인 답변을 주셨다.


작가님의 작품은 담백하고 깔끔한 그림부터 강렬한 콜라주 형태의 그림까지 다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담긴 톡톡 튀는 감성과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온갖 이미지가 넘쳐나고 없는 게 없는 요즘 세상이지만 누구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작가님만의 색이 느껴졌다. 무던히도 자신의 색을 찾고 연구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지막 인터뷰 사진 촬영까지 즐겁게 마쳤다.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 이리저리 작가님을 괴롭혔지만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에디터라는 직업에서 가장 뿌듯한 점은 이렇게 관심 가는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러스트는 생소한 분야지만 인터뷰 덕에 짧게나마 그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회사로 돌아와 빠르게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를 작성하는 내내 작가님의 그림책과 여러 작품을 다시 찾아보고 오래 보고 자세히 살펴봤다. 작가님에게서 느낀 좋은 기운을 기사에 그대로 녹여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담백하고 단순하게 구성된 듯한 차 작가의 그림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길게 몸을 늘이며 잠든 고양이 그림을 보며 나른한 오후를 느끼고, 신나는 표정으로 달리는 말을 보며 나도 같이 소풍을 떠나는 듯 즐거운 마음이 들고, 서로를 꼭 안고 있는 아들과 아빠의 그림을 보며 나도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꼈다. 문득 인터뷰 도중 작가님의 질문이 떠올랐다.


"제 그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그림이 참 다정하다고 느꼈어요.

어떤 일상에서든 만날 수 있는 순간을

따뜻하고 포근한 행복으로 표현해 그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참 단순한 그림이지만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차 작가님의 인터뷰를 고집한 이유이자 그림을 보고 느낀 첫 느낌을 말했다. 작가님은 그림의 영감을 주위의 일상에서 얻는다고 했다. 사람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상황,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느낀 분위기, 일상을 보내며 얻는 순간의 감정들. 작가님의 그림에는 너무 흔해서 놓쳐버리기 쉬운, 작지만 소중한 순간이 담긴다.


작가님의 그림 덕에 내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작고 소소해서 그저 지나쳤던 일상을 돌아보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적어두기로 했다. 언제든 모든 순간이든 소중한 순간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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