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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28. 2019

생각조차 혼자이고 싶은 그런 날

일상의 흔적 30

2월 26일, 날씨는 봄 그러나 바람은 아직 겨울. 혼자이고 싶은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라도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끔 찾아오는 혼자이고 싶은 날. 자주 오진 않지만 가끔 내가 이렇게 누굴 만나는 것을 좋아했나 싶을 때 찾아온다.


이런 날이 오면 난 고슴도치가 된다. 내가 세울 수 있는 최대한의 가시를 뻗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저 몸을 동글게 말아 웅크리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포근한 이불을 꺼내 몸을 덮는다. 흙을 파고드는 진짜 고슴도치처럼 나만의 안락한 침대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공기조차 나를 방해하지 않는 온전한 나의 굴 속이다.


이런 날의 난 마치 잠수종 같다. 깊이깊이 모든 것이 가라앉는다. 몸도 마음도 깊은 바다 끝까지 잠겨 드는 느낌을 느끼며 아득함을 상상한다. 그곳에 난 온전히 혼자다. 잠겨드는 바닷물은 괴롭지 않다. 따뜻하게 출렁이는 바다, 포근하게 몸에 안겨드는 물이라고 상상한다.


이런 날은 하루만에 끝나기도 혹은 삼, 사일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혼자이고 싶다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그냥 아무것도 없이 있고 싶을 뿐. 왜냐고 물어봐도 혼자이고 싶은 이유는 없다. 그냥. 스스로에게 주는 오직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다들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날 방해하지 않는 공간에서 생각조차 온전히 혼자이고 싶은 날. TV도 핸드폰도 책도 그 무엇도 없이 나와 나만이 있는 그런 시간. 나를 안아주거나 보듬는 시간이 아닌 어떤 정의도 내려지지 않는 그냥 나의 시간.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공허해진 나를 채우는 시간.

가끔 이런 시간을 보내며 난 내 존재의 무거움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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