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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r 15. 2019

하다 보니 글쓰는 일이 좋아졌다

일상의 흔적 35

3월 15일, 변덕스러운 날씨.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좋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다. 과거를 거슬러 기억해보면 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아니었다. 내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쉬웠으나 오히려 글은 어려웠다. 독후감이라던지 백일장에서 멋있는 글을 써내 칭찬받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런 내가 글을 쓰는 직업군에 있으니 내 오랜 친구는 여전히 날 신기하게 본다.


처음부터 작가를 꿈꾸진 않았다. 어쩌다 보니 지금 이곳에 있을 뿐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꿈꾸던 확실한 목표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목표는 그저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하고 싶은 대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되었다. 아빠의 마지막 말 때문이다.


"딸,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아빠가 앞만 보고 살라고 해서 미안해. 잘못 생각했어. 

가끔은 뒤도 보고 옆도 보고 위도 보고 넓게 보면서 살아.

살아보니까 사는 거 별거 아니더라, 짧은 인생 달리지 않아도 좋아.

잠깐 돌아봤을 때마다 굽이굽이 행복한 기억이 남게 그렇게 살아.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도 짧더라, 시간이 영원하진 않더라."


좁은 생각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했지만 현실은 차가웠고, 좋아했던 일이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일이 되었었다. 하지만 괴로워도 그 분야의 일을 꼭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었다.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한다면 그 분야에 매달리던 시간을 모두 버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의 말 덕분에 내가 만든 작은 우물에서 나올 수 있었다.


우물 밖에 세상은 늘 즐거웠다. 대학시절부터 해보고 싶던 모든 일을 해봤다. 다시 막내가 되어도 혹은 아주 어린 친구들과 일하게 되고 혼나면서 배워도 웃으며 출근할 수 있었다. 꿋꿋이 걸어 나갈 내 길을 만들고 방향을 정하는 모든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이리저리 흐르던 내 길에서 글을 만났다. 인생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한 게 내가 영상을 할 수 있었기에 기자로 뽑혔다. 영상과 글,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찾던 회사에서 우연히 기회를 주었고 우연처럼 글과 만났다.


처음부터 글이 좋진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느낌을 주었고 내 자존감도 낮아져만 갔다. 그러나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을 때,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후원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군가 내 글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전했을 때 비로소 내가 쓰는 글이 좋아졌다.


쓰다 보니 글과 정들었다. 하다 보니 지금 글쓰는 내 일이 좋아졌다. 여전히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젠 내 삶에서 글은 나를 표현하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정들다 보면, 열심히 꾸준히 쓰다보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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