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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r 14. 2019

달콤한 디저트의 사치스러운 행복

일상의 흔적 34

3월 13일, 눈을 감게 만드는 세찬 바람. 고생한 나를 위해 케이크를 샀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 인생이 시작되고 기억하는 어느 시점부터 달콤한 모든 것들을 좋아했다. 달콤함이 주는 순간의 평안함과 위로는 다른 것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깊은 만족감을 준다. 초콜릿, 사탕의 단순한 단맛부터 각종 시럽 커피, 쿠키, 케이크에 이르는 복잡한 단맛까지 상상만으로도 풍족한 행복을 느꼈다.


어릴 때는 단맛을 찾는 이유가 주로 영혼의 허기짐이었다. 무엇인가 공허함을 느낄 때면 초콜릿이나 사탕을 입안에 넣고 가만히 굴렸다. 적막한 집이 외로울 때마다 커다란 사탕을 입에 물고 도륵도륵 더 소리를 내보곤 했다. 입안 가득 모인 단맛을 꿀꺽하고 목 뒤로 넘기면 몸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묘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종종 이 시절이 그리울 때면 이때 먹었던 원초적인 단맛을 찾아보곤 한다.


좀 더 커서는 공동체 무리에서의 연대감 때문이었다. 친한 아이들끼리의 무리는 우리들만의 작은 사회였다. 그 당시 우리 사회는 단맛에 대한 공통점으로 뭉친 구성원들이었고 만나면 누가 더 맛있는 간식을 들고 오는지, 누가 더 달콤함을 잘 설명하는지에 대한 안건이 가장 중요했다. 내 세상에서 맛보던 것 이상의 신기한 단맛과 누군가와 나누는 즐거움을 경험했었다.


지금 단맛을 찾는 이유는 행복이다. 지친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이자 하루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저 힘들고 지친 하루로 끝나지 않게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습관처럼 달고 맛있는 디저트를 찾는다. (내가 쓰는 소비 중 가장 뿌듯한 소비는 역시 맛있는 디저트다.)


디저트 앞에서는 결코 욕심부리지 않는다. 손보다 작은 촉촉한 케이크 혹은 앙증맞은 크기의 마카롱 두어 개, 작은 초코칩이 콕콕 박힌 쿠키면 충분한 행복이 피어난다. 손에 들린 작은 상자의 무게를 느끼며 집에 걸어가는 순간은 그저 기쁨으로만 가득하다.


촉촉한 빵, 부드러운 크림, 달콤한 초콜릿 칩, 오독오독 쿠키, 바스락바스락 마카롱, 묵직하게 달큼한 파이. 기분 좋은 오늘이지만 기분이 좋으니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사야겠다.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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