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은 역시 참기름 맛이지!

일상의 흔적 67

by 송송

7월 2일, 맑지만 높은 습도 덕분에 불쾌. 나에게 집밥이란 역시 참기름과 소고기 다시다

6월 마지막 주는 정말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른 바쁜 주에 비하면 오히려 야근이 적은 편이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컨디션이나 기분이 올라오질 않는다. 이런 날이면 엄마의 특제 전복 성게알 죽이 먹고 싶다. 집에 갈 때마 짓궂은 얼굴로 냉동실 구석에 꽁꽁 숨겨둔 전복과 성게알을 꺼내는 엄마가 보고 싶다. 사실 무엇이든 엄마가 해준 밥이 먹고 싶다.


집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참기름과 소고기 다시다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우리 엄마의 전혀 비밀스럽지 않은 요리 비결로, 아내이자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요리를 처음 접해본 시절, 엄마 음식의 첫맛이자 마무리를 지켜줬던 든든한 조미료다. 물론 지금은 사 먹는 것보다 손맛이 더 좋아서 해달라고 떼를 쓸 정도지만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엄마는 결혼해서 나를 낳고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요리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맞벌이였기에 요리를 할 시간이 없었고 아빠도 서로 일하고 고생한다며 딱히 집밥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없을 땐 주로 외식을 하거나 할머니 반찬을 가져다 먹었고, 나를 낳고는 할머니가 아예 같이 살았기에 더더욱 밥상을 차릴 일이 없었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충주에 있는 막내 이모 집으로 가시고 나서야 엄마는 주방에 발을 들였다. 어른 둘은 매일 외식해도 되지만 어린 딸까지 밖의 음식만을 먹이기에는 엄마라는 이름에 묶인 모성애가 걸렸다고 한다. 그나마 자취요리에 익숙했던 아빠도 종종 요리를 했지만 결국 주방을 책임지게 된 건 엄마였다.


처음 주방에 들어온 엄마는 식기부터 요리 도구, 각종 양념의 위치를 찾느라 매일이 전쟁이었다. 게다가 이미 할머니 반찬에 길들여진 내가 햄이나 너겟 같은 반찬을 안 먹는 것도 엄마를 힘들게 했다. 8살까지 매끼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나물, 갓 지은 따뜻한 밥과 국을 먹었고, 더불어 할머니는 손맛까지 좋았으니 내 입맛은 최대로 까다로워져 있었다.


이런 나에게 맞춰 처음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던 엄마를 구해준 건 참기름과 소고기 다시다였다. 도저히 할머니 손맛을 따라 하기 힘들었던 엄마는 내 눈을 피해 음식마다 소고기 다시다를 넣었고 내 잔소리가 줄었다. 게다가 나물도 참기름만 좀 넣어주면 그럭저럭 먹어주는 탓에 참기름과 소고기 다시다가 구세주로 보였다고 했다.


문제는 모든 음식마다 끝에 참기름을 넣으면서부터다. 요리 초보였던 엄마는 참기름만 넣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닭볶음탕, 카레, 생선찜 등 엄만 모든 요리와 국마다 조미료와 참기름을 넣었다. 모든 음식에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니 사실 맛은 정말 별로였지만 더운 불 앞에서 고생한 엄마를 생각해 맛있게 먹었었다. 물론 참기름은 여기서 빼자는 말을 덧붙이면서.


요리는 정말 하면 할수록 늘었다. 할머니 손맛을 똑같이 재현하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 엄마만의 맛이 생겼다. 이제는 서투른 내 손길을 엄마가 놀리곤 하며 툭툭 가벼운 칼질 몇 번으로 내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음식을 만들어 낸다. 가끔 그때 추억을 떠올리면 엄마는 시어머니도 하지 않았던 시집살이를 내가 했다며 원망 섞인 눈초리로 나를 흘겨보곤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엄마 밥이라고 하면 참기름과 소고기 다시다가 떠오른다. 여전히 우리 엄마의 양념장 통엔 저 두 개가 반드시 들어있기 때문이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를 맡을 때나 마트에서 빨간 다시다 봉지가 보일 때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했던 초보 엄마의 음식이 떠오른다. 바쁘고 고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딸에게 따뜻한 집밥을 먹이고 싶어 했던 엄마의 마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