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66
7월 1일, 흐리고 소나기 그리고 맑음. 오랜만에 마음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오래전에 약속한 정 언니를 만나는 날이다. 서면에 딱히 나올 일이 없는 언니는 나를 만날 때면 가보지 않거나 흔하지 않은 식당을 찾는 것이 취미다. 이날 역시 오전부터 신나게 식당을 찾았고 나에겐 익숙하지만 언니에겐 처음인 비스트로만리의 곱창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비스트로만리도 우연히 찾은 곳으로,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맛집이다. 주로 카페와 식당이 모여있는 골목이 아닌 조금 바깥쪽, 큰 간판 없이 나무 안내판이 반겨주는 깔끔하고 작은 가게다. 신경 쓰지 않으면 휙 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어쩐지 문밖으로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와 정갈한 내부가 마음에 들어 문을 열었었다.
지인들에게 이 가게를 추천할 때마다 호평만 받았던 곳이라 언니의 평도 기대를 모았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매콤한 곱창 파스타와 새우 감바스 알하이요. 한 번 두 번 먹던 언니가 눈을 빛내며 '친구들도 이곳에 데려와야겠다'라고 했다. 그 어떤 말보다 뿌듯함을 느꼈다. 이곳의 모든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더 마음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두고 기분이 좋아진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나 문장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말을 했다. 단순하고 평범한 단어나 문장을 제외하고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 떠올랐다.
'안녕, 지나가다 들렀어.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면 만날래?'
난 이 문장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고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말이기도 하다. 물론 선약 없이 당일에 저렇게 물어보는 것이라 거절을 받을 때도 혹은 할 때도 있지만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면 되고, 나에게 연락을 준 것은 내가 있는 그 동네를 지나며 나를 떠올렸다는 말이니까.
때론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즐겁다.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에 예상하지 못한 지인과의 만남은 새로운 활기가 된다. '너 생각이 났어' 지인의 한마디에 내가 행복한만큼, 급하게 집에서 나와 환하게 웃어주는 지인의 미소에 나도 행복해진다. 사실 난 일부러 보고 싶은 지인의 동네를 지나곤 한다.
'혹시 오늘 시간이 되어 나를 만나주지 않을까, 너를 만나러 왔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그냥 가볍게, 혹시 거절하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만나지 못함을 미안해하지 않게, 만나더라도 부담 없이 집에서 나와 편하게 놀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안녕? 지금 뭐해? 지나가다 들렀어. 만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