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60
6월 12일, 도톰한 후드티에도 쌀쌀한 바람. '처음'에 도전했다.
29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예매를 하면서도 혼자 중앙에 덩그러니 앉아도 될지 고민이 됐다. 이왕 보는 거 가장 좋은 자리에서 당당하게 보자는 마음으로 자리를 결정하고 결제를 누르면서도 떨리는 마음이 손가락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곧 어두워질 내 자리에 앉아 그저 영화를 보는 것뿐인데 머릿속으로 열심히 행동 경로까지 그렸다.
혼술, 혼밥, 혼행 등 혼코노미가 떠오르는 요즘 혼자 영화 보는 것에 왜 저리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나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어릴 때부터 혼자가 익숙했지만 대중 속에서 혼자 있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 낯선 곳과 처음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첫'이라는 단어에서 설렘을 느끼지만 난 걱정이 앞선다. (나를 아는 지인들의 생각보다 더)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에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망설이게 된다. 거침없는 행동에 앞서 결정 과정까지가 길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마음 한편에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싶지 않은 경계심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버킷리스트를 정할 때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단 혼밥, 혼자 카페 가기 등 오롯이 '혼자' 할 수 있는 것부터 동호회, 원데이 클래스 등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취미까지 조금씩 행동 범위를 넓게 만들 계획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혼밥에 성공하고 혼자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에도 익숙해진 나에게 좀 더 큰 도전이 혼자 영화보기다.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낀 것은 '별거 아니다'였다. 누구나 알고 있듯 사람들은 흔히 지나는 다른 이에게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왜 혼자 상상하고 걱정했는지 모를 만큼.
내가 그동안 두려워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봤을 때 아마 '처음'과 '혼자'라는 단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 첫'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거창하게 생각했기에 그만큼 부담스러워지고 커져가는 부담이 싫어서 외면했던 것이 아닐까. 반복되는 외면이 결국 도전에 소심해지고 혼자가 되면 무기력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지니 점점 더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다. 타고나길 곰손으로 태어났지만 그릇도 만들어보고 싶고, 간식을 좋아하니 쿠키도 구워보고 싶고, 내 자취방을 꾸며줄 가구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중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부산에 있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하는 기분, 내 세상과 가치관을 좀 더 넓혀줄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