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을 양보하는 건 다 준거야

일상의 흔적 49

by 송송

5월 6일, 여전히 극심한 일교차. 최애 햄버거를 먹으러 떠난 원정

어젯밤 블라인드를 깜빡한 대가는 혹독했다. 7시가 겨우 넘은 시간이지만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잠에서 깼다. 멍하니 천장의 무늬를 바라보다가 문득 햄버거가 먹고 싶어 졌다. 흔한 동네의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접 번을 굽고 정성껏 치댄 패티에 싱싱한 야채가 올라가 한입 가득 만족감을 주는 수제버거. 째깍째깍 시간이 갈수록 간절해지는 햄버거에 결국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수제버거 집은 센텀에 있다. 점심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가게로 향할수록 발걸음이 빨라진다. 가게로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묵직한 고기의 향에 벌써 행복이 밀려왔다. 다급한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바로 주문을 마쳤다.


우린 늘 이곳에 오면 주문하는 고정 메뉴가 있다. 브루클린 웍스 단품 하나 세트에 프랜치 프라이 음료는 사이다, 콜라 추가. (가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미국 빈티지 펍을 흉내 낸 듯한 내부를 둘러보며 잠시 진정의 시간을 가졌다. 토독토독 나무로 된 테이블을 두드리며 우린 공정하게 감자튀김을 나눌 것을 약속했다.


애정 하는 가게에 첫 손님이 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뿌듯함이 느껴지는 일이다. 따뜻하게 흐르는 고소한 향을 타고 햄버거가 눈앞에 놓였다. 버거를 먹기 전 우선 막 튀겨져 나온 감자튀김을 집었다. 통통하게 튀겨진 튀김을 한입 깨물고 나면 포슬포슬한 감사 사이로 하얀 김이 서리고 산뜻한 기름 향이 올라온다.


치즈가 굳기 전에 얼른 버거를 집어 들었다. 이리저리 꾸민 날이었다면 조신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썰었겠지만 오늘은 자연인처럼 왔으니 손을 사용했다. 두 손에 폭신하게 감겨드는 번을 살짝 눌러 넣을 수 있는 최대한의 큰 한입을 베어 물었다. 보들보들한 번에 아삭한 양파, 고소한 치즈, 상큼한 토마토, 육덕진 패티까지 수제버거는 역시 든든한 손 사용이 최고다.


서로 경쟁하듯 먹다 보니 이미 버거는 끝, 남은 건 감자튀김 두어 개. 친구는 짓궂게 웃으며 남은 감자튀김을 몽땅 나에게 밀었다.


"감자튀김은 너한테 양보할게. 다 먹어.

우리 사이에 감자튀김을 양보하는 건 진짜 다 준 거야 알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실컷 웃었다. 우리는 정말 감자튀김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감자튀김을 하나만 시키는 건 아쉽게 끝나는 양 때문이다. 경쟁하듯 나눠먹고 아쉽게 먹어야 다음에 또 아련하게 떠오른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늘 변명하듯 맛있는 감자튀김을 찾는다.


친구가 양보해준 감자튀김 두어 개를 어느 때보다 맛있게 먹었다. 맞은편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친구를 위해 내 최선을 다했다. 나를 위해 본인도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양보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감자튀김 두어개로 나눌 수 있는 참우정이란 소박하지만 행복한 것.


좋아하는 햄버거에 포근한 날씨, 만족스러운 마지막 휴일의 정오였다. 친구에게는 '다음엔 내가 감자튀김 몇 개 더 양보해줄게'라는 빈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