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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ug 28. 2019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일상의 흔적 80

8월 27일. 서늘한 비 그리고 무더운 공기 아직은 여름. 걷고 있는데 앞이 깜깜하다.

새벽부터 비가 왔다. 습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어 선풍기를 끄고 이불을 덮었다. 몸이 무거웠다. 날씨 탓을 해보려다 무기력한 내 탓을 했다. 알람이 울리기까지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있지만 다시 잠들긴 어려웠다. 머리에 생각이 많았다. 여전히 일은 바쁘고 사수는 곧 그만두고 난 일이 점점 버겁고, 모든 것이 생각하는 방향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여름이 접어들면서부터 생각이 많았다. 지금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일 년 6개월을 채운 시점에 권태기가 왔다. 글 쓰는 것이 좋았다. 직업이 될 줄 몰랐지만 사람을 만나고 취재를 다니고 사보를 기획하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소규모 회사에선 그것만 할 수 없었다. 때론 제안서를 써야 했고 각종 디자인 기획도 해야 했고 누구도 할 줄 모르는 브랜딩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야 했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여러 콘텐츠의 기획이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움은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점차 서로의 업무 경계선을 넘으면서 나에겐 문제가 됐다. 이곳에선 '작가팀'이 하는 일의 구분선이 없다. 디자인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작가의 업무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내가 원하는 일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사수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사수는 어느 디자인 출판사를 가도 똑같다고 했다. 작가, 기획자 구분 없이 그저 하면서 배우고 나아진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일하기 싫어서, 딱 글만 쓰고 싶어 하는 회사 물정 모르는 철없는 20대가 되었다. 난 그저 내가 미숙한 만큼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방향은 없을까였지만 사수의 말을 듣고 보니 사수가 나를 이해했었어도 답은 같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분명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자신감이 없다.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뒤를 돌아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계속 걸어가야 할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지금보다 더 힘든 길을 밟게 되면 어쩌지, 사수가 그만두고 떠안을 일이 무서워서 도망갈 핑계를 찾는 건 아닐까, 난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출근을 해도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기계적인 업무를 하고 인수인계를 받고, 퇴근시간이 되자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여전히 습하고 무더운 저녁이지만 무작정 걸었다. 1시간이면 걸어가는 코스를 두고 시민공원으로 빠졌다. 평평하게 여러 갈래로 펼쳐진 길에 발을 딛으며 머리를 비워냈다. 아무 생각없이 돌다보니 주변이 어둑하다. 이미 옷은 땀에 젖어 찝찝함을 넘어섰다.


여전히 고민은 풀리지 않았다. 여전히 내 눈 앞은 흐릿하고 확신이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인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난다.

확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채 멈출 수 없기에 일단 걷고 걷는다.

나...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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