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상

Tooth Fairy

며칠째 흔들리던 이가 신경이 쓰였는지, 아들은 틈만 나면 입을 벌려 이를 보여주곤 했다.

“엄마, 아빠 이 좀 봐!”


처음엔 티도 나지 않던 그 이가,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잇몸에서 반쯤 떨어져 있었다. 곧 이별을 준비하는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아들은 요즘 식사 시간이 영 불편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며칠 뒤,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아들은 혼자서 용감하게 이를 뽑아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누나는 놀라움과 신남을 안고, 엄마 아빠에게 신속하게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마음이 놓였다. 아들이 이제 마음껏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 더 이상 “흔들리나 안 흔들리나” 입 벌려 확인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이겨낸 아들이 대견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 날에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난 아들은 실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Tooth Fairy가 오지 않은 것이다. 베개 옆에 둔 이를 가져가지 않았고, 기대하던 동전이나 지폐도 없었다.


순간 ‘아차!’ 하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남편이 재치 있게 딸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Tooth Fairy 일정이 며칠 연기될 수도 있대. 충치가 있으면 안 가져가고, 또 잘 보이는 곳에 둬야 가져간대.”

그럴듯한 설명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괜찮은 변명이었다.


그날 저녁, 아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직접 Tooth Fairy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것이다.

“오늘 밤은 꼭 이를 가져가 주세요. 그리고 건강한 이를 달라고요.”


모르는 단어는 스펠링을 물어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가족은 모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아들은 덧붙였다. “친구한테는 Tooth Fairy가 노트도 남겨줬는데, 글씨체가 필기체였대.”

그러더니 이번에는 본인도 필기체로 또박또박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해 배꼽이 빠질 지경이었다.


밤이 깊어 아들은 잠이 들었고, 나도 피곤에 눌려 잠에 빠지려는 순간, 남편이 다행히 속삭였다.

“현금 있지?”

평소엔 큰돈만 봉투에 모아두는 터라, 마땅한 지폐가 없었다. 동전지갑을 뒤져 간신히 5달러를 맞춰, 살짝 베개 옆에 놓아주었다.


이제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딸아이가 또 어떤 카톡을 보내올까.

그리고 아들이 어떤 눈빛으로 우리를 웃게 할까.


잘 자라, 사랑하는 우리 아들.

너 덕분에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웃는다.

작은 이 하나가 빠지면서 우리 집은 오늘도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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