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입고 글 쓰는 캐나다 엄마

첫 토너먼트, 목이 메던 날

태권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였어.

그때 나는 노란띠.

들으니까 한국에선 1년 하면 검은띠도 딴다던데…

우리 도장에선 어림도 없지. 아주 천천히, 착실하게 가는 곳이거든.

아무튼, 인생 첫 토너먼트!

우리 가족은 살짝 흥분 상태였어.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별로 걱정도 없었지.

그냥 재밌겠지~ 하면서 준비해서 차로 네 시간을 달려갔어.

첫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개회식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

따라 부르는데 목이 메이더라.

아… 태권도를 하니까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싶었어.

태극 1장 품새 했는데, 인생 첫 금메달!

우리 딸은 은메달이었어.

동작 다 맞게 했는데, 좀 약하게 보여서였을까?

그래도 멋졌지. 처음인데 정말 잘했어.

스파링은 도장에서 맨날 같이 훈련하던 친구랑 붙었어.

막상막하.

둘 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턴킥 하나뿐이라

그거만 계속 날리고… 감점을 엄청 받았지.

왜 감점인지도 모를 정도로 많이 받았어.

그날에서야 알았어.

넘어지면 감점, 호구 밑에 차면 감점,

머리 차면 감점, 밀기만 하고 안 차면 또 감점.

직접 해보니까 그제야 룰이 눈에 들어오더라.

역시 뭐든 몸으로 부딪혀봐야 아는 법.

우리 딸은 자신보다 훨씬 큰 애랑 매치됐어.

노란띠 대 보라띠.

완전 미스매치 같았지.

그런데—딸아이가 이겼어.

옆차기 배운 적도 없는데

경기에서 본능적으로 하더라고.

그렇게 딸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

온 가족이 함께 첫 토너먼트를 경험하면서

신랑과 아들의 태권도 입문 불씨가 피어나기 시작했어.

딸과 나는 계속할 거 같고,

아빠랑 아들은 슬슬 도장 등록할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이렇게 우리 집 ‘태권가족’ 탄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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