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이었다. 작은 아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들의 커트 금액을 결제하려 미용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데 로또복권 가게가 보였다.
‘한번 사볼까?’
처음이었다. 복권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 게.
미용실에서 볼일을 본 뒤 복권방으로 들어갔다.
“저... 복권 처음 사보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자동으로 하려면 저한테 얘기하시고요. 직접 번호를 적는 것도 있어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동으로 해주세요. 얼마예요? 천 원 드리면 돼요?”
“하나 하실 거면 천 원이요.”
(사장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하나만 주세요.”
지갑 안에 있던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드렸다. 로또 번호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다. 뒤가 왜 뜨거운 거 같지.
80년생 송지현, 난생처음 내돈내산 복권!
이래서 복권을 사나 보다. 살면서 첫 복권 산 날이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날이라니. 나에게 다시 글을 쓰는 일은 간절했다. 근데 한 줄만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을까? 처음 하는 거 확률 높게 다섯 줄 정도 할걸 그랬나 후회가 들었다. 그 후회는 소심함이라는 세 글자로 압축되어 돌아왔다.
'소심함은 작은 마음이야. 작은 마음을 모아 기록하면 세심함이 되는 거지.'
나의 세심한 글쓰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브런치 작가 선정 메일을 받았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