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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토닥 Oct 13. 2024

집 나갈 땐 혼자, 다시  들어올 땐 셋.

본인은 힘들어도 내 딸은 힘들면 안 된다는 나의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친정집에 식구가 셋 늘었다.

말 그대로 식구(食口),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 3명 더 늘어난 것이다.


엄마의 딸인 나

엄마의 사위인 내 남편

엄마의 손녀인 5개월 그녀까지.


주부로는 그다지 경험이 없는 나는

식구가 3명이 늘어난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일단 지금 당장 내가 너무 힘드니 엄마에게 SOS를 친 것이다.

그렇게 친정집에, 결혼하기 전 내가 살던 집으로 왔다.

나갈 때는 혼자 나갔지만 들어올 때는 셋이 온 것이다.


5개월 그녀를 낳던 날 자연분만을 준비하며 했던 피검사 결과가 좋지 못했다.

혈소판 수치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몇 번 다시 피검사를 하며 너무나 감사하게도 무사히 그녀를 낳고

나도 큰 문제없이 당시에는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혈소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매번 했던 회사 건강검진에서 단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혈소판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며칠 안에 정상으로 회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의 혈소판은 그렇게 5개월째 정상 수치로 원상 복귀되지 못하고 있다.

분만의는 서류 한 장을 주며 대학병원을 가보는 것을 제안했고,

나는 딱 한 번 더 피검사를 해보고 대학병원을 가겠다고 하자 분만의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피검사에 앞서 엄마집에서 요양을 하며 다시 한번 혈소판 수치를 쭈욱

올려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엄마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가족 셋을 데리고 친정집에 들어온 것이다.   


일단 모유수유를 하는 나는 삼시세끼를 먹어야

5개월 그녀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기에 엄마는 매일매일 나의 식사를 챙겨주신다.

특히 5개월 그녀가 아토피가 있다 보니

내가 먹는 게 모유로 직결된다는 이유로

더욱 음식에 신경 써주시고 웬만하면 유기농으로

조미료는 일체 없이 말이다.


그 외에도 빨래, 청소 등등 내 집에서 내가 해야 했던 집안일들을

엄마 집에서는 엄마가 내 몫까지 해주시다 보니

나도 5개월 그녀와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특히 육아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

가사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육아노동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가사도 육아도 노동의 일종이다 보니 한정된 체력 속에서 병행은 쉽지 않다.

가사와 육아는 노동의 카테고리 안에서

분명 서로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

세이브한 체력으로 동물원 외출까지 성공적으로 해냈다.

나의 혈소판도 분명 정상수치로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일 거라고 믿는다.


"엄마 나 집에 와서 힘들지?"

"당연히 힘들지."

"미안해서 어떻게 해."

"그래도 내 딸이 힘들면 안 되잖아.

"엄마는 힘들어도 되고?"

"그거 알면 니 딸 잘 키워."


내 엄마에게 고마워서라도 5개월 그녀에게 오늘도 더 많은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내 엄마에게 고마워서라도 다음 주에 있을 피검사에서 건강한 엄마로 거듭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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