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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토닥 Oct 12. 2024

내 딸도 한강 작가처럼 될 수 있을까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던데 그렇다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나는 아직 읽어 본 적은 없다.

뉴스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 다른 가족들도 문학계에 있거나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5개월 그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궁금했다.

선천적인 소질이 유전적으로 있는 걸까?

아니면 집안 분위기가 그렇게 문학적 기질을 만들어주는 걸까?


스포츠선수 중에도 가족이 같은 종목의 운동에서 자식까지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고,

연기자나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모의 업을 따라

자식도 동일한 업을 삼고 심지어 잘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신기다.


"여보 우리 애는 뭐가 될까?"

"글쎄."

"한강 작가님은 아빠도 작가고,

 이종범 선수 아들도 야구 선수고,

 손흥민 선수 아빠도 축구를 하셨대.

 가족들이 다 같은 업종이야."

"그러네."

"그럼 우리 애는 회사원이 되는 건가?"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 둘 다 회사원이라서."

"근데 그게 왜?"

"난 싫어. 우리 애가 회사원 되는 거."

"왜?"

"그냥. 우리가 회사원이라서 회사원이 되는 거라면 뭔가 미안해서.

 보고 배우는 게 중요할 때인데 더 좋은 직업을 못 갖게 한 거 같아서."

"근데 여보가 생각하는 지금 더 좋은 직업이 미래에도 더 좋을까?

여보 말대로 보고 배우는 게 중요한 때니깐 좋은 인성을 갖게 해 주자.

우리 애가 컸을 때 직업은 로봇이나 AI 때문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잖아.

우린 인성을 잘 키워주자."

"응 알았어."

"아니면 여보가 브런치 작가니까 우리 딸도 한강 작가님처럼 되지 않겠어?"

"(ㅋㅋㅋㅋㅋ) 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받아들일게."

 

남편과의 짧은 대화에서 절대 회사원이 나쁘다거나

회사원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회사원인데 전혀 그런 의도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다만 부모가 운동선수고 자녀가 운동선수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다만 부모가 작가고 자녀가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자녀가 시행착오를 조금 덜 겪게 노하우를 어릴 때부터 전수해 줄 수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내 자녀가 나와 같은 업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5개월 그녀에게 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회사원의 노하우를 가르쳐 줘야 하나 싶어 뭔가 서글펐던 것이다.

내가 미리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5개월 그녀가 실패하지 않도록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겪은 경험치가 너무 회사원이라는 직업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이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역으로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 마냥 느껴졌다.


5개월 그녀의 미래가 회사원으로 물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더 나은.

아니 5개월 그녀가 행복해 할 수 있는 직업 갖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 나는 남편의 마지막 대답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내가 5개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겠구나 싶어진 것이다.


아직 정확히 뭘 해줄 수 있고

5개월 그녀에게 좋은 인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다행이다 싶었다.

5개월 그녀가 대학생, 아니 그때면 대학교가 없을 수도 있으니

대학생 말고 성인이 될 때까지

좋은 인성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나의 역할,  엄마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해 보아야겠다.

그래서 5개월 그녀가 앞으로 겪을 역경과 고난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오늘도 같은 여자이자, 엄마이자, 미래의 친구의 자격으로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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