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딸보다 내 딸의 딸이 더 예뻐.
제목도 소제목도 모두
5개월 그녀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다.
외손녀가 더욱 좋은 건 젊은 시절 토요일에도 회사를 가야 했던
옛날 내 딸에서 해주지 못했거나 후회하는 과거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외손녀에게 더 사랑을 주게 된다고 한다.
"외손녀 엄청 좋아하시지?"
"장난 아니야. 딸인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
"내 딸 어릴 적 얼굴이 외손녀한테서 보이니까 더 그러실 거야."
"하긴 나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긴 해."
"아마 옛날 생각나서 더 이뻐하실 거야."
"옛날생각?"
"옛날엔 바빴잖아.
토요일도 회사 가야 했고.
내 딸 어릴 때는 회사 다니느라 바빠서 놓쳤던 모습들을
이제는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신 거지."
"하긴 옛날엔 토요일도 회사 출근했다고 하시더라."
"내 딸 어릴 적 얼굴이 외손녀한테서 보이니까
무의식 중에라도 더 마음이 가실 거야."
5개월 그녀가 외할아버지와 외출을 하면
나는 계속 유모차에 태우라고 하고
나의 아빠는 계속 5개월 그녀를 안아주려 한다.
5개월 그녀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경험해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도 안다.
하지만 이제 5개월 그녀의 외할아버지도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지라
5개월 그녀를 계속 안고 다니는 건 각종 근육에 무리를 준다.
특히 어깨, 팔, 손목은 5개월 그녀의 무게를 지속적으로 견디기엔
내 아빠의 팔다리가 이젠 너무 가늘어져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낮에는 더운 날씨라 땀까지 주룩주룩 흐른다.
5개월 그녀를 안고 흥건히 젖어있는 나의 아빠의 등을 보면
나는 다시 한번 유모차에 5개월 그녀를 태우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5개월 그녀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외할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외침을 이겨 버린다.
참 감사하면서도 짠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5개월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이제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나거나 경고음이 나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앞두면 아마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결과가 나올 때 즈음에는 겁도 나실 것 같다.
이미 암을 2번이나 이겨내셨지만 말이다.
그런 나의 아빠에게 5개월 그녀는 혈압약이자 고지혈증약이자 당뇨약이다.
5개월 그녀의 웃음 한방이면 웬만한 링거 한방보다 효과가 빠르다.
5개월 그녀가 언젠가 5년 그녀가 되고
25년 그녀가 될 때까지 그녀의 할아버지가
지금처럼 그녀를 꼬옥 안아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