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조건 없이 웃어줘서 고마운 그녀를 위해 오늘도 더 노력해 볼게.
5개월 그녀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잘 웃는다.
특히 나와 목소리가 비슷한 나의 엄마,
5개월 그녀의 할머니는
5개월 그녀에게 자동 깔깔깔 웃음버튼이다.
"참 잘 웃네."
"응, 아무나 보고도 잘 웃어. 눈만 마주쳐도 웃어."
"이 나이에 이렇게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게
나이 먹은 나를 보면서 웃어주는 사람이 얘 말고 또 있을까?"
"엄마, 하긴 나한테도 그런 거 같아."
"웃음을 준다는 건 마음을 주는 건데 참 고맙네."
"그러게."
생각해 보면 나에게 미소를 건네거나 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목적이 있거나(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아니면 타인을 웃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다.
웃음을 주는 게 마음을 주는 거라면
5개월 그녀는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온 마음을 주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5개월 그녀가 생기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카페에 가도
식사를 해도
여행을 가도
산책을 가도
쇼핑을 해도
모든 관심은 5개월 그녀에게 향해있다.
가끔 5개월 그녀에게 질투가 날 때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마치 5개월 그녀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보냈나 싶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5개월 만에
나의 인생과 생활패턴이 너무 많이 달라지고
처음인 것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많다.
난 노산에, 초산 엄마니깐 말이다.
서툰 엄마를 둔 5개월 그녀는 다행히도
아직 잘 참아주고는 있지만 언제 눈물바다가 될지 항상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나와 달리 나의 엄마,
5개월 그녀의 외할머니는 베테랑 엄마다.
난 아직 기저귀 가는 것도 서툴러서 자주 세고
(어떻게 똥이 등까지 올라가는 거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세수 한번 시키는 것도 난리법석이 나고
목욕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5개월 그녀 할머니는
벌써 40년은 되어가는 본인의 육아를 잊지도 않고
몸이 기억하는지 재빠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신다.
외출 중에 똥기저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해서 사색이 되는 초보엄마인 나와는 달리
베테랑 할머니는 일사천리로 응급상황을 종결시키신다.
나도 언젠가는 나의 엄마처럼
베테랑 엄마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5개월 그녀가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베테랑 엄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
아니, 베테랑 엄마가 되어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오늘도 5개월 그녀의 웃음을 받고
오늘도 5개월 그녀의 마음을 받으며
베테랑 엄마의 길을 한걸음 내디뎌 보려 한다.
베테랑 [프랑스어] vétéran
• 명사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