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을 한참 바라봤다. 무슨 예술적 오브제라도 되는 듯이. 아니, 어쩌면 그건 하나의 설치미술 같았다. 노랗게 덧칠되어 있는 형상이, 나희의 키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곳까지 튀어 있었다. 나의 눈은 바닥을 지나 테이블을 훑고, 의자 다리를 타고 올라가 휴지 더미에 닿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했다. 누군가, 라기보단 정확히 나희였다.
“……나희야?”
말을 뱉는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 작고 어설픈 손이, 오로지 자기 힘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 보려 했을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본능적으로 ‘이건 지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겠지. 엄마가 오기 전에. 아빠가 알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이 가는 곳마다 일이 더 커졌을 테지. 닦아낸다고 닦았지만, 티슈가 부족했을 것이다. 힘을 주어 문지를수록 냄새는 퍼지고, 액체는 번졌다. 그 와중에 실수로 테이블에 손을 짚었을 수도 있다. 그 손으로 다시 얼굴을 문질렀을 수도 있고.
그렇게 몇 분.
거실 바닥 한가운데, 어색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기의 고사리 같은 손에 의해 지워지길 원했지만, 덧댈수록 망가지는 축축한 수채화처럼 엉망인 채로 남았다.
“여보! 큰일 났어!”
나는 남편을 불렀다. 나희는 남편의 품에 안겨 그제야 한풀이하듯 엉엉 울었다. 닭 똥 같은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고요하며 소란했던 사투, 끝내 서글픈 절망.
그래 맞다. 고작 태어난 지 2년 조금 지난 어린아이에게도 다 속이 있다. 여리고 고운 잎 같은 그 속이 얼마나 상했을까.
나는 웃음이 터지는 속을 꾹 누른다. 인생의 쓴맛을 맛본 자식에게 부모로서 노릇을 할 시간이었다. 우는 아이를 품에 토닥토닥 끌어안았다.
수습은 긴박하면서도 리드미컬했다. 남편은 진정된 나희를 씻기고, 나는 엉망이 된 거실을 닦았다. 냄새가 빠지지 않는 탓에 소독약으로 몇 번이고 닦아대니 물티슈 댓 장으로는 소용이 없었고, 언니인 서빈이가 물티슈 전달을 도왔다.
“나희야, 실수해도 괜찮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바로 말해. 우리 가족이 있잖아. 힘들 땐 도와달라고 해도 되는 거야.”
나희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는데, 나희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