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식성을 존중해
나희의 식습관에 웃음이 절로 난다. 갓 두돌 된 아이가 중국집 단무지 맛을 아는지, 안말리면 기본 두 접시는 뚝딱 해치운다.
며칠 전에는 스시집에 갔는데, 나희가 어른 몫으로 나온 양배추 샐러드를 와구와구 퍼먹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몫의 샐러드까지 가져다가 먹는다. 잘 먹어서 귀엽다지만 어제는 정말 충격이었다. 고깃집에서 나온 생양파 간장 무침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잇었다. 음-하면서 참소스의 달콤함과 양파의 아삭함을 제법 즐기었다. 양파의 매운 맛에 눈물을 찔끔 흘릴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와그작와그작 먹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첫째 서빈이는 나희와 식성이 다르다. 서빈이는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누룽지, 숭늉, 보리차, 과일은 사과나 가끔 먹는 포도가 전부다. 고기도 그냥 심플하게 구워야만 먹는다. 서빈이를 보면 담백한 것만 찾는 모습이 어쩐지 고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희는 새콤한 맛을 아주 좋아한다. 과일도 귤, 파인애플처럼 새콤한 것들만 골라 먹는다. 서로 너무 다르지만, 아이들마다 이런 식성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음식 취향은 그 아이의 개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먹으며 자란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모습은 마치 작은 탐험가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먹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부모로서 우리는 그저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조력자로서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들에게 모든 걸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행복한지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단순히 식탁 위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 문제를 넘어서 아이들의 삶 전체에 대한 태도와도 연결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열정을 느끼며,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일 수 있다. 나희가 생양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걸 맛있게 먹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탐험한다. 우리의 역할은 그 과정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식성이라는 건 단순히 맛의 취향을 넘어서서 아이의 인생을 탐구하는 여정 같다. 서빈이가 담백한 음식을 먹고 나희가 새콤한 맛을 즐기듯,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고, 그걸 존중해주는 게 아이들의 세상을 넓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는 식성에서 시작된 이 작은 선택들이 아이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큰 그림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 집은 두 아이의 개성을 꽃피우는 작은 세계가 된다. 그 속에서 나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가는지 지켜볼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서빈이와 나희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먹으며 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잘 먹고 잘 자라다오"라는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