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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Nov 06. 2019

사소한 행복은 늘 그자리에서 반짝인다

저녁 11시의 죽성성당 방문

오늘은 백의 휴무여서 휴무 기분을 좀 내볼까 하고 기장 바닷가 쪽으로 드라이브를 가보기로 했다.
바닷가 카페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반. 약 20분간 창에 비친 내 모습만 보다가 카페를 나왔다. 이대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돌아가자는 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온 김에 죽성성당 보고 가자. 나 한 번도 본 적 없어.”
“늦어서 조명도 꺼지고 별거 없을 거야.”


백이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저녁11시의 죽성성당은 예상대로 어둡기만 했지만, 사람이 없으니 되려 성당의 주인마냥 여유로웠다. 바람이 차서 우리는 딱 달라붙어 걷다가, 추위를 이겨보겠다고 춤을 췄다. 살짝 미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찬바람 탓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노래를 틀고 이상한 뿅뿅이 댄스 배틀을 했다. 승패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백의 승리였다.

“와... 별이다!”
죽성성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반짝였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 별을 눈으로 담았다. 숨죽이며 별을 보고 있는데 이미 저만치 도망간 백이 소리친다.


“나 먼저 간다.”
“무서워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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