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지 Nov 22. 2019

무뚝뚝한 남자친구 표현왕 만드는 방법

표현받기 위한 기본 준비  - Step 1. 빈그릇 만들기

어쩔 수 없이 제 연애 얘기를 앞서 해야겠습니다. 남자친구는 수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데, 그날은 그게 정말 서러웠나 봅니다. 늦게 일어났다는 그의 연락을 받고 얼마나 펑펑 울었던 지. 울다가 거울을 봤는데 울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짠한 겁니다. 이렇게 이쁘게 꾸몄는데 화장도 다 번지고, 옷도 망가지고...

“하필 내 남자친구는 왜 지각쟁이인 거야 으앙!!!!”

거울을 보다 갑자기 더 대성통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남자친구가 도착했습니다. 집 앞에는 두렵지만 먼길을 달려 혼날 채비를 마치고 온 회색 얼굴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막상 만나고 보니 화낼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모습이 짠해 보여서 그랬는지 화가 안나더군요. ‘나 시간 약속 못 지키는 거 싫어해’ 힘없이 한마디 건넨 게 전부였죠.


그런데 그날 이후 무언가 평화로워졌습니다.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들을 때면 ‘또 못 지킬 약속 하고 있네 흥!’이 아니라 ‘그래 마음은 일어나고 싶겠지. 근데 몸이 안 따라주니 어째.’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화를 가라앉히고 나니 그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으로 그의 입장을 알게 된 순간이었죠.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일찍 일어나는지 늦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저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좋은 기운을 채울 수 있는 빈 그릇 만들기>


무언가를 채우려면  그릇이 필요합니다.

꽉 채워진 그릇에는 다른 아무것도 채워질 수 없습니다.

그가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그를 사랑해 주겠다. 전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그의 모난 구석까지 기꺼이 예뻐해 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분노와 원망, 욕심으로 가득 찼던 내 안의 그릇이 깨끗이 설거지됩니다. 여러분의 그릇에 맑은 사랑의 물이 채워질 준비가 되었나요? 그가 내 욕심대로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마음 속 원망섞인 나쁜 감정들을 다 씻어냅시다. 이러한 태도가 준비되면 우리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를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은 당겨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음의 빈 그릇을 준비하는 것은 앞으로 다룰 방법들에 앞서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연애 관련 조언들 중에 '포기하면 편하다'라는 말이 있죠. 그런 말 들으면 어떠신가요?  '포기요?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되나요! 화만 나고 포기가 안되니까 이러죠!'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은 남자친구를 하고 싶은 대로 살라하고 내버려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여러분 마음가짐의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를 내 마음대로 바꾸고 싶어!'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시도해 보겠지만 설령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하는 마음을 먹는 것에서부터 변화의 시작이 찾아옵니다.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생각하기 싫으시다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우리에게는 내 남자를 표현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데. 눈 딱 감고 마인드 세팅을 하는 겁니다. ‘그가 무뚝뚝한 남자라서 짜증 나’ 대신에 ‘그가 무뚝뚝한 남자라는 건 알겠어’ 최소한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거죠.  내 남자는 이런 사람이고 내가 싫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네? 이는 조금 멀찍이서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판단해보는 자기 객관화의 방법입니다. 나의 감정을 배제하고 나면, 비로소 오롯히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남자친구가 표현 잘하는 남자가 되어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단지 여자친구가 원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협조하는 것이죠. 여자친구가 좋아하니까 노력을 좀 해볼까? 그 정도의 감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그를 변화시킨다는 건 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에게 요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여러분은 사실 그에게 화낼 명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 페이스대로 그를 끌고 오고 싶다면, 이것은 화를 낼 게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은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분노로 가득 찬 그릇을 설거지하셨나요? 빈 그릇이 준비되셨다면, 그 그릇에 사랑의 물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다음 포스팅에서 하나씩 알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늘 평화로운 연애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