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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Feb 18. 2020

4천원 커피값 아끼고 25만원 범퍼값 물어내는 인생

돈, 잘 쓰기 참 어렵다

주차되어 있던 뒤차의 앞 범퍼를 박았다. 따스한 오후 1시 외출하려고 차를 빼던 순간이었다. 봄기운을 느끼며 즐겁게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모든 계획이 망가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보았다. 현금 25만 원.


‘이러려고... 절약했니?’ 허탈하고 울적한 마음. 그동안 4천 원짜리 커피값 하나도 줄이고, 네일아트도 덜 받고, 미용실 가는 횟수도 줄이며 살아온 나의 하루하루가 무참히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다.


며칠 전부터 3만 원짜리 피부관리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기존 고객에 한에서. 원래 저번 주까지만 행사하는 거였는데, 특별히 다음 주까지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던. 3만 원짜리 3회 총 9만 원. 한 달에 한 번씩만 아껴 받는다고 하면.. 음 나쁘지 않은 소비 같았다.


마사지받아서 뭐해. 사고를 치고 나니 마음이 돌변했다. 모든 게 다 무의미해진 기분.


‘다 돈이네. 돈이란 뭘까.’

‘좋은 소비란 뭘까’

‘어느 정도를 쓰고 어느 정도를 아껴야 합리적으로 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작정 안 쓴다고 답은 아닌데.. 돈을 잘 쓴다는 건 어떻게 쓰는 걸 말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다 다이어리 한편에 적어놓은 단어

‘선택과 집중...’


돈 쓰는 건 어려워.. 마음이 복잡하다.


결혼 준비를 해보니 결혼식 비용이 커플마다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300~400에 끝냈다 하고, 누구는 몇천만 원 초호화 결혼식을 치른다. 티비를 보니 어떤 연예인은 셀프 스몰웨딩으로 200만 원에 결혼을 끝냈다고 한다.


모두가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소비를 하는 가운데, 나에게 가장 적절한 소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 정도를 정하는 것이 참 미묘하고 복잡하다. ‘어머 이건 사야 해!’하고 십만 원짜리, 백만 원짜리 옷과 가방들을 지르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결혼과 새집 장만을 하며 열심히 모아두었던 계좌 속 잔액이 탈탈 털리고 있다. 돈이라는 숫자가 참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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