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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Jun 21. 2020

나에게 새엄마가 생겼다

새엄마의 열무김치

부산에서 타지 생활을 한지도 7년째다. 엄마는 임신한 딸에게 가끔 반찬을 보내주시는데,  유일하게 못 보내주시는 음식이 있다. 봄이 되면 몇 단 사다가 자박하게 만들어주시던 열무김치.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입맛 없을 때 비빔국수에 함께 넣어 조물조물 비벼먹어도 정말 맛있다. 공깃밥에 계란 프라이 하나, 아삭한 열무김치 쫑쫑썰어 고추장에 슥슥 비벼먹어도 간편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된다.


그러던 나에게 열무김치를 보내 줄 수 있는 새로운 엄마가 생겼다. 엄마보다 더 손맛 좋고 손크신 새엄마. 그 시작은 친하게 지내는 언니네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에 놀러 간 날이었다.


“자 이제 갈라 잘 담아 봐”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을 먹고 난 뒤, 본격적으로 반찬통과 위생봉지, 국자를 나눠 받았다. 고추장, 된장, 쌈장의 3종 수제 장 세트.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파래, 콩자반 등 밑반찬 세트. 각종 전과 찹쌀떡 깍둑 썰기한 수박까지. 우리는 오랜만에 맛 볼 엄마표 반찬에 두 볼이 상기되어 기쁨을 감출 수 없으면서도, 이렇게 받아가도 되나 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1차전을 마치고 2차전을 시작하기라도 하는 듯 이번에는 각종 김치들을 꺼내오셨다. 묵은지, 깻잎김치, 겉절이, 동치미, 채 김치 하나하나씩 담고 있는데, 국물 자박한 열무김치가 오늘의 주인공처럼 마지막에 등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열무김치!’


나는 흥분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담아 갈 아이스박스는 이미 꽉 찬 지 오래였지만, 금은보화를 발견한 사람처럼 싱글벙글한 얼굴로 열무김치를 차곡차곡 담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언니네 어머니는 내 마음속 ‘울 엄마’가 되었다. 외로운 타지에서 만난 언니, 동생들이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던 것처럼. 그녀들의 어머니도 그렇게 나의 어머니가 되었다. 하기야 같이 밥을 나눠먹는 사이를 ‘식구’라고 부른다는 데,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인 가구가 정말 많아진 요즘이다.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한 날, 우리는 주변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며 외로움을 달랜다. 가장 가까이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가족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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