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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Apr 13. 2022

4월은 짭짤이 토마토

나는 토마토를 또 먹기 위해 내년 봄까지 살 예정이다

나에게 봄이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나는 이 짭짤이 토마토 덕분에 봄만 되길 기다린다. 짭짤이 토마토는 내가 죽지 않고 내년 봄까지 살아가야 할 중요한 존재이다. 그렇게 나는 매년 짭짤이 토마토를 먹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4월이 되면 먹어야 하는 것은 대저의 짭짤이 토마토이다. 봄철에 나왔다가 들어가므로 집중해서 먹어야 한다. 대저의 갯벌 토양을 기반으로 일구어진 토마토라서 다른 토마토와 다르게 짭짤하고 찐한 맛이 일품이다. 감미료의 인위적인 단 맛도 없어서 질리지도 않는다.


귀여운 짭짤이들의 모습

짭짤이 토마토를 알기 전까지 나의 새해는 단조로웠다. ‘또 봄이 왔다. 곧 더워지고 여름이 오겠지, 그러다 또 추워질 테고. 캐럴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에 들뜨다 겨울을 보내고 나면, 텔레비전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일 년이 끝나 있겠지…’ 매년 반복되는 챗바퀴 같은 일상. 30대가 되고 나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 지루한 일상을 달래고자 매번 화려한 플렉스와 여행, 이벤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삶이 느슨하고 지루할 때 나만의 소소한 하루를 즐기는 방법이 바로 ‘제철음식 챙기기’이다.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그럼에도 설레며 기다리게 하는 것. 제철음식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제철음식 취향 찾기’라고 할 수 있다. ‘별 것 아니네.’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의 취향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하나의 기쁨이 되고, 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 살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쉽고도 확실한 수단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며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갈 수 있다. 또 나만의 특징을 정리해 나간다는 것은 자기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수많은 제철음식들이 쏟아진다. 식당에서 파는 요리일 수도 있고, 또 과일이나 해산물, 각종 열매가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심플하게 익혀 먹거나 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제철음식 하면 과일, 열매일 경우가 많았다. 그중 4월에는 짭짤이 토마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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