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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Apr 25. 2021

이렇게 해도 되나요 책임님?

기획하다가 나만 죄책감에 휩싸이는가?

  그냥 평소와 다를 없는 보통날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아버지가 화를 내며 우리 회사는 어떻게 브랜딩을 하냐고 물어봤다. ? 이런  물어보실 분이 아닌데  물어보는 거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아침부터 돌아다녀 너무 피곤해 편의점에 가서 고려은단이 만든 비타 1000 사서 드셨단다. 근데 맛이 달라 제조사를 보니 광동 비타 500이었다고 한다. 그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투덜거리시는 거였다.  보고 사라고 그땐 웃으며 넘겼지만 브랜드 기획자로써 이게 정말 맞는 것인가 싶었다. 근엄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기만'.

브랜드 기획자, 아니 예술 쪽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브랜드를 만들 때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로고라던지 명칭이라던지 수익구조라던지..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소구점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이고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인 거 같다. 작년 음료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음료 재료에는 대부분이 국내산인데 계속 클라이언트는 해외에서 온 브랜드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맞는 건가? 대부분의 원재료 조차도 유럽산이나 미국산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리서치를 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말 해외 느낌이 나는 음료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현혹돼 음료를 구입한 거 같다. 해외산이 아닌데 해외 느낌이 나는 음료.. 그게 맞는 것인가?


  실제 브랜드 업에서 종사하는 많은 분들에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드리면 대부분이 "아직 네가 너무 어려서 그렇다", "클라이언트가 하라고 하는데 어떡하냐?", "제시간에 퇴근 안 하고 싶냐?"등 대부분이 부정적인 말로 현실에 타협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착각하게 만드는 요소를 기획한다는 것, 조금 더 정직한 문구를 만들 수 없다는 것, 어떻게든 법을 피해 가려고 하는 것, 너무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없다는 것.


  글을 보는 독자도 아니면 브랜드 업에서 종사하는 분들도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유연함을 가지고 융통성 있게 브랜드 업을 보면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내가 만든 것이 소비자들에게 착각을 만들어 브랜드 경험을 망친다는 것. 마치 브랜드에 배신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만드는 것. 그것이 어떻게 좋은 브랜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솔직히 소비자 기만이 기반이 되는 브랜드 경험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업을 해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 그래서 오늘도 다시 사수를 찾는다. "책임님, 이렇게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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