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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May 10. 2021

이게 정말 제가 꿈꿔 왔던 서비스 디자인인가요?

한국에서 주니어 서비스디자이너로 살기

  약간 습한 저녁, 팀 회식 자리였다. 자리가 술과 고기에 무르익을 때쯤 대표님께서 갑작스럽게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쏘뇨 넌 한국에 서비스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하냐?" 그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결국 내 답은 모른다였다.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정말 서비스디자인에 열정적이었다. 학부 내내 서비스디자인에만 매달렸고 제품 디자인 전공임에도 서비스디자인으로 졸작을 하고 졸업을 했으니.. 그리고 면접에서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으세요?'라는 질문에 '전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전 서비스디자이너가 너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열정적였던 내가 실제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고 난 후 생각과 태도가 바뀐 것을 대표님이 눈치챈 것이다. 대표님이 물어봤던 그 질문에 난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냥 그 질문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국내 서비스디자인으로 꽤나 유명한 회사다. UX&UI로 풀어지는 디지털 서비스디자인이 아닌 공간에서 아날로그 경험을 강화시킨 대기업 상대로 서비스디자인을 제공하는 회사다.


  회사에 들어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후 드디어 공간의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7개월 동안 긴 장정의 프로젝트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클라이언트를 A브랜드라고 지칭하겠다.



첫 번째, 내부 직원(내부 고객)들은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부 직원을 고려하지 않는 위화감이 들었다. 오직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아무리 직원들이 고통스럽고 일의 효율성을 저하해도 그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좋다면 실행 안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e.g. CU 드라이브 스루 → 직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디자인)

이는 사람에 따른, 그리고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므로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과 바람, 어려움을 발견하는 것에서 경험 디자인을 시작했다.
-베아트리즈 벨몬테-

  서비스디자인의 구루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이해관계자는 고려되지 않는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은 명확한 컨셉과 좋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수많은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직원들의 직원 관찰 조사도 시행했지만 아이디어를 만들 때는 그 데이터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오롯이 고객들만 편한 서비스가 개발된다는 것이다. 고객은 왕이지만 내부 고객도 다른 유형의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 현존하는 서비스를 무시한 채 무조건 새로 개발하는 것이 맞는가요?

  실제 타 브랜드 공간 필드 리서치를 하면서 각 공간에 따른 컨셉과 터치포인트에서 주려고 하는 감동을 찾기에 바빴던 것 같다. 신입인 만큼 유의미한 insight를 도출하기 위해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지만, 내 데이터는 아주 편협적으로 사용됐다. 현재 우리가 맡은 A 브랜드 사업장에 없는 서비스를 발견해 맥락 없이 무조건 끼어넣었으며 거기에 따른 비용이나 효율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출처: insightsdrivenleadership

  현재 존재하는 터치포인트를 검토해 각 터치포인트에 따른 구 아이디어를 개선할 생각보다는 구 아이디어는 완전히 배제한 체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만 도출했다. 분명 현재 A 브랜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중 효율적인 서비스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전혀 그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채 새로움을 쫒는 벌레처럼 미친 듯이 새로운 아이디어에만 매달렸던 것 같다. 분명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도 좋지만, 구 아이디어를 더 새롭게 업데이트시키는 서비스 아이디어가 더 효율적이고 지금 A 브랜드의 공간에 필요한 게 아녔을까?

나쁜 서비스라는 결과를 불러일으킴에도 기업과 직원들이 특정한 행동을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랄프보이케어-



세 번째, 국내 서비스디자인은 질보다 양이군요!

  아마 이 이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슈를 다 아우르는 말일지도 모른다. 방대한 양을 리서치하고 해외까지 나가 경험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분주했지만, 새로운 경험은 맥락과 상황을 헤아리지 않고 오롯이 새로움으로만 포장돼 제안되었다. 더 깊게 고민하고 A 브랜드 공간을 더 이해해 최고의 효율이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정말 새롭게 포장될 수 있는 아이디어. 어디 해외에서 분명 체험했던 그런 있어빌리티한 서비스. 난 양적으로 밀어붙이는 텅 빈 서비스보단 효율성이 좋은 질 높은 서비스를 지향한다.


  여러 서비스 제안 중 적용된 사례도 있고 사라진 사례도 있다. 많은 서비스 제안 중 효율성이 높은 아이디어만 살아남아 사업장에서 고객들의 WOW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 글처럼 아직 부족하고 막무가내인 서비스인 것은 틀림없다.


  분명 아직 사회를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의 푸념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푸념 일지 현 상황 파악 일지 거기에 따른 인사이트 일지는 독자들이 정하고 업자들이 선택하는 것 같다. 우리는 현재 제대로 된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을 위한 서비스디자인을 하고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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