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뇨 Dec 23. 2021

부딪히면서 한다는 것은 결국 프로페셔널이 부족하다는 것

낯선 일, 그 끝이 있을까요?

스타트업에 있으면 종종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나의 직무는 이게 아닌데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아주 낯선 일들. 처음   일이라 어색하고 좋은 퀄리티를 내기에 자신도 없으며 하나하나 찾아보며 배워가며 하기에 너무 벅찬 .  한다고 하기에 누가 대신해줄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되는 아주 낯선 . 부딪히며 성장한다 합리화 하며 진행하는  . 성장이라 말하기에 너무 단발성을 끝나는 일이자 너무 어색한 , 우리는  일을 하기에 너무 프로페셔널이 부족하다.


아이소메트릭으로 표현하라고요?

첫 시작은 일러스트였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기획자로 입사해 브랜드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서비스의 최종 단계를 보여주는 방식은 다양했다. 영상으로 표현하거나, 그림을 그려 표현하거나, 스토리를 만들어 표현하거나, 표현 방법은 너무 많았지만 하필이면 수석은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단지 디자인 전공으로 살짝 일러스트를 건드려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아이소메트릭으로 표현하기가 시작됐다.

 생각만 해도 끔직... 출처: https://99designs.com/

난 분명 기획자로 입사했는데.. 한 달째 일러스트만 보고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표현은 마치 롤러코스터 타이쿤 2의 그래픽처럼 너무 딱딱하고 게임스러웠다. 수석의 눈은 너무 높아 그런 그래픽은 용납할 수 없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자기도 모르기에 뾰족한 피드백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한 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왜 이렇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가요?" 그 무렵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는 것을 모잘라 내핵까지 들어갔다.

"왜 이렇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가요?"


일러스트로 아이소메트릭을 하는 분들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 작가를 대처하기 위해 디자이너도 아닌 기획자가 일러스트를 만지며 '이렇게 표현해야 하나? 저렇게 표현해야 하나? i stock을 뒤져야 하나?' 하며 밤낮도 없이 열심히 일했다. 남는 건 낮은 자존감과 삶의 낙이 없는 표정뿐이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기 일보직전 난 예비군으로 도망치듯이 회사를 나왔다. 너무나 귀찮은 3일의 예비군이었지만 그 당시 예비군은 나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냐고 물어보면 아직도 필요 없는 시간이라고 대답한다. 리더와 부딪히며 작업 퀄리티와 타협하며 나 자신을 계속 깎아내리며 일을 했던 그 시간들이 현재 지금 독으로 남아 나의 자존감을 여전히 갉아먹고 있다. 작가는 작가의 이유가 있는 법. 단지 일의 어느 정도 유사성 때문에 전문적인 일을 시킨다면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하고 싶다. 아이소메트릭 프로젝트는 득 보다 실이 많았던 "전문성"이 부족했던 프로젝트였다.

출처: 그림왕 양치기님 인스타그램


주먹구구식으로 힘겹게 해결하기

브랜딩 기획자로 업을 옮겨 전략 기획 컨설팅을 하다 보니 사용자 접점에는 항상 웹사이트가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스타트 업이 많은 만큼 아주 기본만 갖춘 웹사이트는 그들의 브랜드를 표현하기도 그 서비스를 표현하기도 부족했다. BI 작업이 끝날쯤 디렉터님이 "쏘뇨님, 이번에 웹사이트 기획 PM 맡아주세요. 아마 쏘뇨님이라면 40분 만에 끝내실 거예요". 솔직히 불안했다. 처음 하는 일이자 저번 일러스트처럼 웹사이트 기획이란 나에게 너무 낯선 일이었다.

작업한 지 3주 째 라구요.. 출처: Pexel

보고 이후였다. "정보구조도가 어색하네요", 아뿔싸.. 역시 클라이언트에게 책 잡혔다. 처음 건드려 본 정보구조도는 너무 복잡했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로 형태였다. 정보 구조를 파악하는데도 이틀이 걸렸고 구성을 잡는데도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고 기획 이후 디자인이 들어가야 하지만 앞단 정보구조도가 통과되지 않아 디자인으로 넘어갈 수도 없을뿐더러 웹 디자인의 이해도가 낮아 클라이언트 설득이 어려웠다. 기획은 기획대로 어려웠고 설득은 설득대로 어려운 스트레스가 가득한 프로젝트 었다.


열심히 물어보고 부딪혀가며 전문 용어도 이해하고 차츰 기본을 이해했지만 기본만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을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낯선 영역이었다. 기존 설득의 스킬로 무장해 보고를 했지만 찜찜한 건 당연한 일이며 결국 최종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정보구조도를 고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바른 디자인 프로세스도 없이 UX의 고민 없이 기획한 나의 작업. 물론 훌륭한 디자이너분들 덕분에 디자인은 멋있게 나왔지만 여전히 당당해질 수 없는 나의 낯선 작업이었다.



원래 일은 그래요

물론 스타트업의 환경에서는 여러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 열심히 하고 결과물을 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우리가   있는 최고의 태도일까? 아니면 시간도 촉박한데 레퍼런스를 기준으로 엇비슷하게 만드는  나은 것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레퍼런스 또한 전문성이 있는 누군가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비전문가가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내가 처음으로 만든 기획서가 레퍼런스가 되고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참고 삼아 다음 기획서를 만든다면  기획서로 클라이언트나 회사 사람들을 설득시킬  있을까?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


유사성이 있다는 말로 낯선 것을 진행하기에 아직 내공도 실력도 부족하다. 아마 연차 상관없이 다들 낯선 일을 하는 게 어렵고 겉핥기 식으로 아는 것을 해내기 벅찰 것이다. 그러니 전문성 있는 일에 외주나 파트너를 두고 일을 하거나 그 프로젝트를 해내기 위해 배울 환경을 제공하거나 지원을 해주자. 디자인 영역에서 대학교 때 해봤다는 것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중 옆에서 경험했다는 이유로, 자기가 친숙하지 않은 유사성 있는 일을 하기에는 디자인은 각 필드마다 특징이 있고 전문성을 요구한다. 제발 그 사실을 잃지 않고 UX 디자이너에게 브랜딩을 브랜드 기획자에게 웹디자인을 웹디자이너에게 콘텐츠 기획을 요구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사수 없는 주니어 기획자가 성장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