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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Dec 29. 2021

디자인 기획에 미쳐있던 21년

21년 회고록


벌써 코 앞까지 2022년이 다가왔다.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캐럴이 들리고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겨울 세일이 한창이다. 누군가는 송년회로 21년을 마무리하고 누구는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매하며 22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직장인이 된 날부터 습관처럼 달력을 구입하고 있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르게 미리 달력을 구입하고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만 오매불망 기대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고를 하듯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번 해를 회고로 마무리 지어보려고 한다.




이번 해 무엇을 했는감?


이게 바로 미쳐있는 거군요

항상 word로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서 나를 위한 키워드를 뽑는 게 어색하지만... 올해의 나의 키워드는 ‘insanity’이다. 올해 초 이직에 성공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했다. 대학교 브랜딩부터 RTD 음료, OTT, 핀테크 등 대기업, 스타트 업 가릴 것 없이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미친 듯이 달려와 12월에는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뒤돌아 보면 디자인에 미쳐있던 한 해였다.


면접에서 나를 본 팀원들은 그 당시 나를 보며 ‘저 사람 화가 가득 차 있다’, ‘눈에 독기가 있다’, ‘괜찮을까..?’ 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눈에는 총명함 보다는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보란 듯이 프로젝트를 끝내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새로운 회사에 들어와 일에만 몰두했었다. 그 당시 추운 2-3월이었다.


첫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직장에 이제야 적응하기 시작했다. 초반보다는 덜 불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회사에 적응을 시작했다. 여전히 적응 중이지만.. 디자인으로 힙한 회사인 만큼 하루하루 감탄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디자이너 분들의 디자인 실력도 출중하시고 뽑아낸 비주얼은 정말 이 세상 힙이 아니었다. 눈이 즐거운 4-7월이었다.



Depth란?

매미가 울 당시 새로운 전략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두 번째 홀로서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출근하기 전 브랜딩만 생각했고 퇴근하고도 캐퍼러 책을 보며 다른 레퍼런스를 보며 공부에 매진했다. 2월에 쏘뇨와 12월의 쏘뇨를 보면 엄청난 실력 차이가 있는데 이 당시 공부했던 것이 엄청난 갭 차이를 만들어줬다. 다만 공부를 할 때마다 사수가 없어 질문하지 못한다는 괴로움과 공부할 때마다 깊이감을 더 가져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잠시 지쳐있을 때도 있었다. 너무 부담돼 토할 것만 같은 날도 디자인 프레임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괴로움에 지새운 날도 지금 생각해보면 희극이지만 그 당시에는 지옥에 나날이 였다. 부족함을 느끼며 열등감과 싸우던 그 당시, 8- 11월이었다.


12월인 지금도 여전히 깊이감을 더하려고 노력 중이다. 했었던 장표를 보며 유명한 강의란 강의는 다 듣고 열심히 혜안을 넓히고 있으며 프로젝트가 끝이 나면 TF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보내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데?

열심히 한만큼 깨달은 것도 많았다. 언어의 힘도 느꼈고 브랜드마다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도 배우는 등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번 회고에서는 두 가지 정도를 나눠볼까 한다.



언어의 힘

첫 회사 책임님께서는 ‘출발점 키워드가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이것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냥 내 직감에 맞춰 항상 키워드를 뽑아냈다. 그 전에는 수습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리딩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디자이너 분들을 갇혀버리게 만든 사건이 생겼다. 비주얼 작업을 위해 그 브랜드의 주축이 되는 언어를 뽑았지만 그 단어는 디자이너 분들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고 결국 컨셉에서 시작하기보다는 브랜드 슬로건에서 디자인이 뽑히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시점에서야 슬로건에서 디자인이 뽑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젝트 회고 시 리드 디자이너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확실한 단어가 있는 것 같아요.’ 기획자들이 만든 컨셉 단어는 아무 이미지도 연상되지 않았고 그 브랜드를 온전히 다 표현하지 못했다. 쉽게 말하자면 professional, future, life와 같은 크고 오묘한 단어에서는 연상되는 이미지는 없지만 cross, vibrant, open 등 행동을 묘사하는 단어나 형태를 묘사하는 단어에서는 연상되는 분명한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 기획자임에도 언어가 연상하는 것을 과소평가했다. 그냥 내 직감대로 이 브랜드에 알맞은 단어만 붙여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디자인을 풀어가거나 브랜드에 옷을 입힐 때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번 해에 미숙했던 만큼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려 한다.

One of the main flaws with younger designers is that they don’t think words and writing are important to them.
주니어 디자이너가 가진 주요 결점은 단어와 라이팅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다.

Identity Designed: The Definitive Guide to Visual Branding _ David Airey



외적으로는 잔잔했지만 내적으로 유난스러웠던 한 해

2020 초조해하며 불안해 보인  해였다면 올해는 외적으로는 잠잠하고 잔잔한 해였다. 다만 내적으로 아주 유난스러웠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길을 잃어 열심히 길을 찾는 아이처럼 내적 장애물을 만나 최선을 다해 답을 찾는 그런 해였다. 최근 12 들어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해주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베네수엘라로 떠나기 직전 ‘ 인생에 2년이라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라하셨던  말씀. 그게 정말 가능할까 했었지만 올해 정말 소수의 사람들과 연락하며 지내며 평일에 술을 기피하고 정말 브랜딩만 위해서 살아온  해였다. 다음  또한 올해 처럼 살아보려 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2년이 없다고 생각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년을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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