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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Jan 16. 2022

대리님 제발 공유 좀 해주세요.

공유의 중요성

아침에 일어나 자연스레 샤워를 하고 졸린 눈으로 집을 나서자마자 카톡 하나에 화가 난다. 직장 동료 보낸 메시지, “쏘뇨님, 그 보고서 공유받으셨나요?” 그렇다. 나도 보고 전 날임에도 보고서의 표지조차 보지 못했다. 공유를 받지 못해서인지 아침부터 멘탈이 나가서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공유 하나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보고서 좀 공유합시다!

브랜딩을 하든 디자인을 하든 혼자서 일할 수 없다. TF에 속한 사람들과 함께 토론을 하며 목표를 구성해야 한다. 그 후 생각을 일치하여 일을 진행해야만 브랜드스러움이 나온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공유가 잘 안 될 경우가 부지기수다. 생각을 공유하지 않아 서로 상이한 방향성으로 무드보드를 진행한다거나 보고서의 흐름을 알지 못해 맥락에 맞지 않게 리서치를 하는 등 공유는 일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공유는 일종의 배려다.  
- 태도의 말들, 엄지혜


예전 대리님은 공유에 젬병이었다. 그 대리님과 TF가 되는 팀원들은 고생길이 열렸다고 말할 정도로 공유 때문에 힘들었는데 두 가지 점이 최악이었다. 첫 번째는 기획서를 만들기 전 그의 생각을 공유하지 않아 기획서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는 보고 날까지 파일을 공유하지 않아 나의 작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를 때였다.



기획은 네 머릿속에

기획서는 뼈대가 필수적이다. 뼈대 없이 기획서를 만들면 장표 하나하나마다 다른 얘기를 담고 있어 어느샌가 전체 방향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즉 결론에 맞지 않은 기획서가 나올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TF리더뿐 아니라 TF의 모든 팀원들이 뼈대를 함께 만들고 뼈대를 숙지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맥락에 벗어나지 않은 효율 높은 작업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우리 대리님은 뼈대의 단초인 생각조차도 알려주시지 않았다.


이게 아니지. 쏘뇨, 넌 왜 내가 말하는 걸 모르니?

프로젝트 때마다 듣는 이 소리, 리서치할 때마다 숨이 막혔다. 처음에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건 그의 말이 아니라 보고서의 뼈대었다. 뼈대를 공유하지 않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항상 내 기준대로 맥락을 예상해서 리서치를 진행했다. 항상 나의 리서치와 인사이트는 맥락 밖 우주 저 멀리 있었다.

출처: 그림왕 양치기


당연히 프로젝트 진행은 더뎠고 야근은 필수였다. 야근을 할 때마다 동기와 서포트를 하는 우리가 부족해서라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연차가 쌓여 리딩 포지션에 있다 보니 부족함이 문제는 아니었다. 생각을 공유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을 뿐.


일하면서 가장 화날 때가 언제인지 알아요? 공유를 안 해 주는 사람을 볼 때예요. 왜 혼자만 알고 있는 거죠? 까먹은 건지 일부러 그러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요.   
- 태도의 말들, 엄지혜


리더라면 생각 공유는 필수다. 무슨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어떤 부분을 중요시하며 일을 이행할 것이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등,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제발 TF 팀원에게 관심법을 기대하지 말자.



작업만 해주면 되지. 뭐

누군가가 진행한 작업을 사용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꼭 말해주자. 사용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어떤 맥락 아래에 들어가면 좋을 것인지 공유해주는 것이 좋다. TF 구성원 입장에서 자신의 작업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면 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배울 수 있으며 자기 효능감도 올라간다.


반대로 개인이 도맡은 작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를 경우 일의 효율성이 낮아진다. 자기가 진행한 리서치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자기의 크리에이션이 어떻게 활용될지 모를 시 일이 큰 의미가 되지 못하며 사람은 수동적이게 되며 일이 하기 싫어진다. 실제 대리님이 맡은 프로젝트를 보면 TF 구성원들의 눈에 총기가 없었는데 자신의 작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고 자신이 일이 잘못된다는 것만 공유받아 다들 의욕이 떨어져 있었다.


성가신 일을 기꺼이 잘해 주고 싶게 만드는 이가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협업자를 존중하는 사람과 그저 부려 먹으려는 사람의 차이 아닐까?
-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준


대리님의 TF 모두 일을 싫어했고 일에서 아무 의미도 찾지 못했다. 그런 팀의 사기는 결과까지 이어졌으며 프로젝트는 침몰하는 배와 같았다.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글과 컨셉에 맥락이 맞지 않고 리서치에는 인사이트가 없었다. 보고서 장마다 의미하는 바가 달라 결론이 보고서와 맞지 않는 적도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처.참.했.다.


공유는 중요하다. 작업이 어떤 형식으로 사용됐으며 자기가 생각한 대로 작업이 들어갔을 시 효율성은 배가되고 효능감도 배가 된다. 그러니 끊임없이 일을 공유하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리서치가 사용됐는지 등 작은 공유가 큰 힘을 발휘한다.


구체적인 인간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들과 일한 경험 때문이다. 자기 생각과 회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공유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프로젝트가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 태도의 말들, 엄지혜


기본만 해도 일의 효율은 올라간다. 그러니 리더라면 먼저 공유하자. 그리고 다른 TF의 의견도 듣으며 의견을 자연스레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 그리고 TF 팀원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자. 기획에는 틀리고 맞는 건 없다. 사소한 생각은 다른 생각과 붙어 중요한 인사이트가 되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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