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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Feb 19. 2022

계속 기획을 할 수 있을까?

요즘 나만의 고민

벌써 BAT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났다. 21년 1월 과감히 회사를 나와 BAT에 발을 들였다. 떠오르는 그래픽 회사,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 비주얼에 미친 회사 등 디자인으로 유명한 BAT에 들어가게 되어 기뻤지만 한편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출중한 디자이너 사이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보니  살아 남고 있다. 디자이너 분들과 이야기하고 프로젝트를 조율하며 브랜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다만 BAT 다니면 다닐수록 주기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 계속 기획을   있을까?’


BAT 디자이너분들 참 부지런하다. 주말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나 외주를 진행하며 회사 시간 외에도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빠져 산다. 브랜드 관련된 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읽는 사람도 있고 쉬는 시간 내내 비헨스와 디자인 작업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으며, 마케터 분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주말에 힙합 공간들을 가 인사이트를 얻고 뜨고 꾸준히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등 밤새도록 그래픽을 접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고민을 한다. 내가 계속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이 사람들과 발맞춰 힙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최종적으로 계속 쫓아가며 살아갈 수 있을지 등.. 이번은 나의 사소한 고민을 정리해보려 한다.




취향전은 적고 있지만 취향이 뚜렷하지 않아서요..

그 전에도 얘기했지만 디자인 시 취향은 중요하다. 미니멀을 좋아하면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정리를 잘하며 컬러풀한 디자인을 좋아하면 포인트를 줄 타이밍을 안다. 기획자도 취향이 중요하다. 항상 머릿속에 이 브랜드의 미래를 그리며 생각하는 만큼 미래의 브랜드 모습은 내 취향에 맞춰 상상된다. 그렇기에 작년에도 올해도 ‘취향론’에 빠져있지만 내 취향은 그만큼 날카롭지 못하다.


매번 바뀌는 게 취향이라 그때마다 취향을 정의하고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하기에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 대해 그렇게 깊이 고민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그런 시간들이 축적돼 내 디자인 기획에 영향을 준다. 취향 뚜렷한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괜찮은 브랜드가 기억나지 않는.. (항상 예시로 와이즐리 가져가는..) 취향이 뚜렷하지 않아.. 아니 나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지 않아 계속 기획을 할 수 있을까 싶다.


평소 어떤 물건을 즐겨 사용하고 왜 그것들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브랜드 선별에 도움이 될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방법이다.

임태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안그라픽스)



사람들 만나는 일들이 버거워서요...

브랜드 기획의 기본은 인터뷰다. 브랜드를 리서치하고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 인터뷰어를 리서치해 질문지를 만드는 것. 준비하는 것은 좋다. 다만 질문지를 갖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거나 보고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다. 기가 빨린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기획은 설득이 기본이 돼야 하며 설득은 확신에 나온다고 믿는다. 내가 만든 장표로 설득해야 하고 내가 만든 기획에 확신을 갖고 말한다는 . 그게 힘들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보다는 나의 기획에 확신을 갖고 만나는  쉽지 않다. 아직 경험이 무르익지 못해 연약한 부분이다.


옳음에는 거침이 없다. 설득은 상대의 기미보다 나의 단단함이 필요한 영역
전채리



공허함이 커서요...

기획자는 논리를 만들고 언어를 디자인한다.  말은 즉슨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줄  있고 프로젝트 끝에는 그래픽이 남아 발자취가 남는다. 그에 비해 기획자의 작업은  없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 무엇이 좋은 기획인지 어떤 것이 좋은 핵심가치인지  기준이 없는 기획과 프로젝트 말미에 유형의 결과물이 없는 것에 외로움이 사무친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 보이지 않는 만큼 공허함이 크다.



그래도 브랜딩이 좋기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랜드 기획을 하고 있다. 점차 브랜드의 힘을 믿고 브랜딩이 좋아지기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걱정을 꺼내 쓰려한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 없기에 나도 부족한 면이 있지만 잘하는 면을 보려 노력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힙한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나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만의 고유한 기준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하면서 한 사람의 브랜드로 살아가려는 의식과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태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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