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뇨 May 24. 2022

태도를 먼저 말하려 합니다

브랜딩을 대하는 자세

“크레이티브 디렉터라고 생각하고 일에 임하는 건 어떨까요. 만약 우리가 크레이티브 디렉터라면 지금 브랜드를 위해서 해야 할 최소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If you are a creative director, 이 문장에서 시작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프로젝트에 애정이 생긴다. 일종의 마법의 주문이라 할까?

마법의 도구, if you are a creative director



실제로 현 회사에 갓 들어왔을 때 디렉터님이 나에게 종종 하셨던 말씀이었다. “쏘뇨, 이 브랜드에 크레이티브 디렉터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질문은 신기하게도 브랜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더 나은 방안을 찾게 만들었다.


금액이나 들어가는 공수 생각할 것 없이 오롯이 브랜드가 더 나아지기 위한 방법만을 생각하며 TF와 의견을 나눴다. 결국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If를 생각하고 진행한 프로젝트와 하지 않고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



의도도 태도도 없는 브랜딩

과거에는 브랜딩 프로젝트를 아무 생각 없이 임했다. 사수도 있었으며 그전에 얘기했던 공유를 하지 않는 대리님도 계셨기에 시키는 것만 해도 괜찮았다. 다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일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런데 퇴사 후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자인 팀 팀장님과 술을 마시는데 팀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쏘뇨 그 당시에는 넌, 항상 너의 한계를 만들고 벗어나려 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무슨 말인 줄 몰랐다. 그냥 취해서 하시는 말씀이지 했는데 깊이 생각해보니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의문이 풀리지 않으니 사수가 시키는 것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하고 더불어 올바른 태도 또한 없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종종 태도가 없는 분들을 만난다. 왜 리서치를 하는지, 왜 디자인을 하는지, 어떤 이유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지 등 아무것도 모르는 체 프로젝트에 임한다. 그게 참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나도 그랬기에, 그게 얼마나 브랜딩에 좋지 않은지 알기에, 하는 이유(의도)와 태도를 말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이유를 알고 나면, 같은 비전과 문제를 공유하게 된다.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팀으로서 움직이면 자신의 한계를 깨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임하는 자세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두가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네 커뮤니케이션을 새롭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과 비전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선영, 당근마켓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이윤주,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멀리깊이



그래서 태도를 말해주자

요즘은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내부 킥오프 전에 질문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번 브랜드의 핵심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번 프로젝트에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브랜드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할까요?” 등 여러 질문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다만 목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임하는 태도를 정립한다.

약간 이런 느낌?!?


임하는 태도는 브랜드 몰입 단계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결정의 기준이 된다. 예로 크레이티브 디렉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들은 우리의 기준이 되는 것이며 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달려가면 몰입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어떤 태도로 프로젝트를 임할 것인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브랜드가 돼야 할 모습을 그리고 이루게까지 하는 마법이다.


회사 설립 이래 수많은 브랜드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점은 나의 개성을 발산하려고 하기보다는 디자인을 해야 할 대상에 몰입할 때 좋은 디자인이 완성된다는 점이에요. 브랜드라는 대상을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바라보며 고유한 개성을 찾아내고 이를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전채리, cfc 디자인 디렉터
- 큐리,  『사람, 디자인, 브랜드』, CLASS101



결국 좋은 태도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어떻게 보면 태도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책에서 어떤 의도와 어떤 태도를 갖고 디자인해야 하는가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무를 뛰다 보면 좋은 태도를 생각하기에도 갖기에도 너무 벅차고 힘들다. 그럴수록 옆에서 서로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자.


좋은 태도로 프로젝트에 임했을 때 클라이언트의 반대되는 의견도 반박처럼 들리지 않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의견으로 들린다. 잘 풀리지 않거나 힘들 때 태도를 다시 정립해보자. 시작은 ‘만약에 우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면 어떻게 했을까?’부터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할까’로 끝내자.

작가의 이전글 계속 기획을 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