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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Jul 04. 2022

요즘 브랜드는 다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브랜드의 변화

브랜딩 책을 멀리하다 최근 다시 브랜드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과 관련돼 재밌기도 하지만 갇히게 되어 안 읽게 되다 오랜만에 만난 실무 관련 브랜딩 책에 나름 들떴었다. 에릭 로스캠 애빙의 브랜드, 디자인, 혁신. 브랜딩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놓은 부분이 있는데 흥미로워 최근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요즘 점점 브랜드라는 말이 일 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됨을 느낀다. 퍼스널 브랜딩부터 서비스 브랜딩까지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브랜드, 디자인, 혁신의 저자인 에릭 로스캠 애빙은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론과 실무에서 브랜드를 논의하는 방식은 시간이 흐르며 변화했다'라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듯이 과거의 브랜딩과 현재의 브랜딩은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출처: 브랜드, 디자인, 혁신


브랜드는 과거 소유의 표시이자 소유자의 것이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만들었기에 그에 알맞은 지칭을 붙인 것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에 고객과의 인터렉션이 중요해짐에 따라 브랜드는 달라졌다. 브랜드는 소유의 표시가 아닌 비전의 표현이 됐으며 사용자와 소유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의 변화는 미국 맥주 브랜드인 팹스트 블루리본(PBR)에서 알 수 있다.


“예전에 음료 회사에서 일할 당시 PBR은 어느 누구도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맥주 브랜드였다. PBR은 유명 광고 모델도 기용하지 않았고 TV 광고도 하지 않았으며 자체 맥주 제조 시설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다른 맥주 회사로부터 시설을 임대해 생산하고 있었다. 심지어 PBR 맥주가 시설 임대 계약을 맺은 다른 회사들이 캔을 채우고 흘린 맥주로 만들어진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 마크 W. 셰퍼,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RHK


과거에는 PBR은 1800년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맥주로 1970년대만 해도 미국 맥주를 상징하는 심벌이었다. 2001년 무렵 브랜드 가치는 바닥을 쳤는데 마케팅 비용도 없었고 그 흔한 모델도 없었다. 실제 브랜드는 로고로만 존재했으며 소비자와 연결돼있지도 않았으며 그냥 값싼 헤리티지가 어느 정도 있는 맥주일 뿐이었다. 결국 과거의 브랜드 형식대로 PBR은 팹스트 브루잉 컴퍼니의 것이자 소유의 표시일 뿐이었다.

출처: https://thechallengerproject.com/blog/2020/pabst-blue-ribbon-case-study-marketing-interview


2012년 팹스트 블루리본은 정말 새로운 브랜드가 되었는데 성공의 이유는 브랜드 형식 변화에 있다. PBR은 한물간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여 유행에 민감하고 영향력 있는 힙스터를 중심으로 브랜드 플레이를 진행했다. 거리로 나가 힙스터 및 아티스트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바이크 대회, 롤러스케이트 파티 등 PBR를 들고 젊은 친구들과 소통을 하며 브랜드를 쌓아갔다.


기업 소유자 혼자 창조한 것이 아닌 기업 소유자와 사용자와 함께 브랜드를 공동 창조해나간 것이다. 현재 브랜딩은 개인의 소유에서 사용자의 관계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를 주기만 하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크 W. 셰퍼,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RHK




전에는 브랜딩이 소비자를 속이는데 자주 사용됐었다. 유럽에서 만들어지지도 않았지만 유럽산으로 둔갑해 판다던지 자연을 생각하지 않지만 그린워싱하여 친환경 브랜드가 된다던지. 불가 몇 년 전만 해도 브랜드는 기업이 숨을 수 있는 외부의 형태였다. 하지만 요즘 브랜드는 비난을 숨기는 용도가 아닌 기업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렌즈이다.


브랜드 무용론이 등장하고 화려한 마케팅이 눈총을 받았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상표 차원의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만 멋지게 관리하고 그 외 제품, 조직, 개성 등을 진정성 있게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략) 소비자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브랜드가 포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싫증이 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브랜딩이나 마케팅 활동이 꽤 오랫동안 기업의 이익에만 봉사하며 외면만 포장했을 뿐 공동체의 시대정신과 괴리됐기 때문이다.   
- 최장순, 『의미의 발견』, 틈새책방



아난티의 케비네 드 쁘아송은 현 브랜드 구조를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케비네 드 쁘아송은 아난티의 친환경 어메니티로 아난티가 얼마나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매개체다. 샴푸, 린스를 담는 통은 친환경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플라스틱 포장이 필요 없는 고체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어메니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3년을 연구하고 EWG 그린 등급까지 받았다니..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아난티의 철학이 느껴진다. 케비네 드 쁘아송처럼 브랜드의 신념을 고객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고객과 함께 소통하는 것. 이것이 현재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즉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추가되는 것에서 넘어 현재는 막대한 재정적 가치를 가진 핵심 자산이자 기업을 보여주는 하나의 창구다.

출처: 아난티


“캐비네 드 쁘아쏭은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과 고객의 피부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해진 제품입니다. 플라스틱 포장이 필요 없는 고체 타입으로 ‘불편하고 건조하다'는 기존 고체 제품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 우수한 사용감과 깊은 보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아난티 캐비네 드 쁘아쏭 설명서 中



브랜드는 과거와 달리 고객과 소통하고 서로 영향을 주며 자라난다. 과거의 브랜드의 형태를 버리고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브랜드 형태가 필요하다. 브랜드로 고객을 속일 만큼 고객은 바보가 아니기에 진정성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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