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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Apr 30. 2022

요즘 복싱을 합니다

복싱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오늘도 맞고 왔어요?” 요즘 매일 아침 회사 동료들에게 듣는 말이다. 공복에 운동을 하고 출근하다 보니 아침부터 피곤해 보여 많이들 물어보시는 것 같다. 사실 아침마다 복싱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사회 초년생부터 시작해 나에게 취미라는 영역을 채워 준 소중한 운동이다.

샌드백 칠 준비


시작은 단순하다

단순한 계기로 복싱을 시작했다. 군대에서부터 ‘전역하면 꼭 격투기를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과제하고 노느랴 운동은 잊혀 졌다. 사회 초년생이 된 후부터 스트레스 조절이 안되어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그때마다 술로 해결하다 보니 몸에 이상 신호가 생겼다. 지방간, 고혈압 등.. 그 다음날 바로 체육관을 등록했다.


체육관을 간 첫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잽을 배운 것 밖에 없지만 코치님 말이 인상 깊었다. ”넌 쨉도 안 돼, 훅 가고 싶냐?, 이런 말들 하잖아요. 복싱은 삶이에요”. 그땐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몰랐다. 반 년정도 수련하니 그때서야 알게 됐다.



나와의 싸움

첫 스파링을 했을 때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모든 힘을 실어 상대방을 가격했고 상대방에 움직임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맞추기 어려워 발이 꼬이기도 하고 1라운드(3분)를 버티지 못해 쩔쩔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매주 2회에서 3회 정도 가볍게 스파링을 하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나의 분과 조급함을 이겨내진 못했다.


상대방이 주먹과 몸이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주먹을 아무 데나 휘두르다가 고립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당황했을 때 조급히 내미는 주먹은 몸을 지치게 만들었고 자연스레 링 구석으로 몰려 있었다. 몰릴 때마다 ‘막고 있으면 벗어날 수 있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이런 식으로 코너에 있다. 출처: Commando Boxing


1분 가까이 스파링 시간이 남았지만 몸을 웅크리고 방어만 하니 코치님께서 스파링을 중단시켰다. “펀치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다”. 다시 스파링을 재개했을 때야 알았다. “내가 주먹을 내밀지 않으면 상대방은 물러서지 않구나.”


잽과 스트레이트를 날려야 방어가 되는 것을 알았지만 지쳤을 때는 항상 속수무책이었다. 평소 2라운드 (총 6분, 1분 휴식)을 뛰는데 2라운드 중반(5분 언저리) 쯤 됐을 때 몸에 힘이 다 빠져 주먹은 느려지고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정신없을 정도로 펀치를 맞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덜 맞기 위해 내가 더 움직여야 하고 전략적으로 싸우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며 아파도 한번 더 주먹을 내미는 것. 그 말은 즉슨 내가 가진 공포심을 이겨내야 움직일 수 있고, 정신없는 상황에서 침착해야 전략적으로 싸울 수 있으며, 고통을 참아내야 주먹을 낼 수 있다. 복싱을 할 때마다 내 내면의 공포심, 산만함, 고통과 싸우며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매번 내게 싸움을 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더 중요하다.
- 매니 파퀴아오



생각을 해야지!

복싱은 두뇌 싸움이다. 쉽게 말하자면 가위바위보처럼 그 사람이 무엇을 낼지 파악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면서 싸워야 한다. 복싱 스타일은 단순하게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로 나눌 수 있는데 인파이터는 맞아도 계속 접근해 근접해서 싸우는 것이고 아웃복서는 팔의 길이가 긴 분들이 요리조리 피해 가며 싸우는 것이다. 그 외 수많은 변칙 스타일이 있다. 링에 올라가면 여러 스타일과 마주하고 그 스타일을 읽어야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점이 복싱을 스포츠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복싱이 진짜 좋은 운동이에요. 재밌어요. 이게 사실 몸을 쓰는 운동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이게 상당히 두뇌 싸움입니다.   
- 김종국



나를 다스리기

Muhammad Ali, 출처: Chris Smith—Hulton Archive

코치님 말씀대로 복싱으로 삶을 배우고 있다.  자신을 마주하며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창의적인 일을 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스트레스 받고 지쳐했는데 복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찾았다.


요즘도 열심히 복싱을 하고 있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스트레칭도 오래 하고 힘을 빼고 샌드백을 친다. 복싱이 있어 스트레스를 아무리 받아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한층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있다. 복싱은 내게 과격한 운동이 아닌 내 자신을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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