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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Sep 19. 2022

성장할수록 중심을 지키세요

인터널 브랜딩도 중요해요

“회사가 예전 같지 않아요.” 회사 내부 그룹 인터뷰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들리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랬는데, 요즘은 이래서 정신이 없다는 둥, 문장만 봐서는 과장님들이 하시는 말 같지만 신기하게도 2-3년 차 팀원께서 하는 말이다.  


스타트업을 인터널브랜딩 할 때마다 originality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을 확장 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데에 있어 회사의 중심과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씀.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인데 내부 이슈는 왜 이렇게 스멀스멀 올라올까? 정말로 회사가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직원들이 회사의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것일까?

브랜드 정체성을 직원들이 내면화해서 고객들을 향한 약속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internal branding이라고 한다.
- 직원을 내편으로 만드는 ‘내부 브랜딩’, 박찬수 교수, 동아 비즈니스 리뷰, 2009



변화만 추구하지 마세요

Lean, agile 등 빠른 변화와 실행, 스타트업에 기조이자 성장 동력이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C-Level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한다. “빠르게 테스트를 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기에 우리 스타트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기조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실행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외부 고객에게는 에자일한 방식으로 빠르게 테스트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내부 고객(내부 직원)에게는 변화를 요구해 반응을 살피고 다른 것을 테스트하고 고쳐나가는 것은 독이 된다.


최근 만났던 스타트업에서의 일이다. 추가 투자 유치, 새로운 멤버 충원, 확대된 비즈니스 방향성으로 리브랜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리브랜딩 건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자연스레 인터널브랜딩 프로젝트로 연결되었다. C-Level과 내부 고객들과 인터뷰를 하며 빠른 변화로 인한 내부 갈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에 알맞은 고객 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었는데, 린 기법을 활용해 매달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내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빠른 테스트는 직원들에게 적응의 시간을 주지 않았고 결국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하는 요인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 고객의 심정 변화였다. C-Level끼리 조직문화 시스템을 정하고 교체하는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내부고객은 빠른 결정이 일방적인 결단으로 느꼈다. 즉, 수평적이었던 문화는 수직적 문화로 바뀌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린 기법의 중단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C-Level들은 의견의 다름을 존중하고 간격을 줄일 수 있는 내부 컬처 가이드에 힘을 쏟았다. 임직원들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내부 컬처 가이드는 회사의 문화를 바로 잡고 회사를 묶어주는 해결책이 되었다.

인터널 브랜딩에서 빠른 변화를 맹신하지 말라. 내부의 변화는 적응을 동행하며 내부가 잘 적응했는가에 대한 유무에 따라 회사 내부는 바뀌기 시작한다.

미래만 바라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출처: flickr


문화를 잘 지키세요

많은 스타트업들은 성장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자연스레 쌓아가고 비즈니스 목표를 구체화한다. 내부 문화는 조직을 잡아주고, 비즈니스 목표는 성장동력이 되어 회사가 유니콘을 향해 달려가도록 한다. 소규모 조직일 때는 문화를 중심으로 채용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화는 뒷전이 되고 다른 요소들이 우선 시 되게 된다.

유니콘 기업 중에는 1년 안에 전체 인원이 2-3배로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그만큼 사람을 확보하고 채우는 일에 (HR의) 사활이 걸려있죠. 문제는 영입을 하다 보면 JD 적합도나 역량은 우수한데, 컬처 핏이 맞지 않는 지원자들이 종종 있거든요. 경력직을 중심으로 채용할 때 이 부분이 더 명확하게 느껴져요.  

일정 기간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본인만의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지금 당장 회사는 성장해야 하고 조직마다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데….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컬처 핏 때문에 지원자들을 떨어뜨리는 게 맞냐는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게 되죠. 때문에 안타깝게도 성과와 성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선 그 어느 때보다 컬처 핏의 기준이 관대해져요.

- [culture] 기업문화는 회사가 성장할 때 망가집니다., 박종훈, https://community.rememberapp.co.kr/post/83827

문화가 망가진 후 인터널브랜딩에 들어가게 되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해관계자가 많아 의견이 상이하고 비전과 목표는 팀마다 달라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컨설턴트가 할 수 있는 건 C-level에게 간격의 차이를 보여주고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간극의 문제를 인지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지만,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대표님이 원하는 manifesto 제작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 된다.


그러니 기존 문화가 퇴색되기 전 회사에서 중요한 가치와 기준을 잡는 것을 추천드린다. 5명일 때부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것들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만의 기준을 잡으면 그것이 브랜드 에센스가 되고 내부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브랜드 경험 바이블에서는 핵심 가치는 믿음에 영향을 주고, 믿음은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내부가 쌓아 온 것을 잊지 않고 탄탄할수록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갈 것이다.



결국 인터널브랜딩은 우리를 위한 것

인터널브랜딩은 내부만을 위한 것이라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결국 내외부에 다 영향을 미친다. 인터널브랜딩은 외부 고객이 우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요소가 될 것이며 제품, 서비스 등의 품질, 기능 등을 넘어 브랜드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 엄청난 텐션과 인싸력을 갖고 있는 러쉬 직원들의 개성이 이슈가 된 것처럼 패션 광들만 모여있는 빔즈 직원들의 스타일이 주목받는 것처럼 인터널 브랜딩은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간다.


러쉬의 Ethics Director인 박원정 디렉터는 “러쉬에서 제품 자체는 소통의 수단이 됩니다. WE BELIEVE라는 저희의 철학이자 파운데이션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권민 대표님 브런치 채널에서 말씀하셨다. 직원들이 동일한 가치 선상에서 행동하고 브랜드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터널 브랜딩의 정석이다.

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브랜드 경험의 핵심요소를 실현하는 데 있어 직원은 중요하지만 자주 간과되는 역할을 한다. 직원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분(브랜드)이 전달하는 경험을 개인에게 맞추고 ‘인간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런 콜먼, 『브랜드 경험 디자인 바이블』, 유엑스리뷰


그러니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외부보다는 내부를 바라보자. 문화에서 엇나가는 것들을 고치고 내부의 가치들을 다시 상기시키는 시간을 가져보자. 결국 브랜드만의 문화와 중심은 브랜드의 차별점이 될 것이며 더욱 성장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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