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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Feb 28. 2023

퇴사 준비를 합니다

퇴사를 하는 이유

작년 말부터 힘이 쭉 빠졌다.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고 주말에 아무리 쉬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으며 일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심각할지 몰랐다. 담당하는 프로젝트는 잘 풀리지 않았고 야근하는 날을 더욱 늘어만 갔고 좋은 퀄리티의 작업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야근 후 새벽 택시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었으며 에너지 레벨은 바닥을 찍고 있었다.


진짜 쉬어야겠다는 습관적으로 뱉는 말이 되었다. 주위에서도 ‘너무 힘들어 보인다’, ‘피곤해 보인다’등의 말로 나의 상태를 다시 한번 알려줬다. 22년 중순까지는 아주 팔팔했는데 뭐가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것일까?



회사의 방향성과 나의 방향성이 다를 때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에 C-Level들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회사에 C-Level 영입은 회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지출관리 프로그램부터 여러 복지 제도까지 수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이리 뒤집히고 저리 돌면서 정신없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변화에 있는 만큼 회사와 팀의 방향성 또한 바뀌었는데 변화한 방향성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너무 달랐다.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더 공부하고 이해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현재 회사 디자인 팀의 방향성이다. 좋은 말이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과는 달랐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브랜드를 파악하고 문제를 확실히 정의하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제공하는 솔루션이 달라진 것인데 광범위하게 브랜드를 파악해 비즈니스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아 제품 개선, UX 개선, retention 고려 등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제품 개선, UX 개선을 떠나 더 깊이 브랜드를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내부 결합 이슈 및 브랜드 방향성 불일치 등) 뾰족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다.


광범위하게 보고 전체를 해결해 주는 것은 브랜드에게 좋은 일인 것은 맞다. 다만 UX기획, 홈페이지 기획 등 기획을 붙일 수 있는 모든 일들을 공부하면서 하는 것이 벅찼다. 전문 인력이 해야 하는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마음에 자그마한 불편함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전문성을 성장시킨다는 목표는 희미해졌으며 매달 브랜드 기획을 하는 일이 줄어갔다. 어느새 기획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나의 방향성이 사라졌다.

출처: Washingtonpost


문화가 점점 달라질 때

많은 인원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당연히 문화는 희석되었다. 칭찬하고 응원하는 문화에서 날카롭게 피드백하고 토의하는 문화로 바뀌었으며 회의 시간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비난의 시선이 난무하고 누군가를 탓하는 분위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채용사이트에 회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회사는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


문화가 달라지면서 여러가지가 바뀌게 되었다. 세세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너무 많은 변화와 문제들이 발생하여 하나씩 하나씩 대응하기엔 테트리스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블럭(문제)은 쌓이는데 줄(해답)은 맞춰지지 않고 있다. 방향성의 불일치, 문화의 변화는 내 머릿속에 퇴사라는 키워드를 던져줬으며 지쳐가는 시점에서 퇴사 결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를 찾아 나설 때

브랜딩 기획을 잘해보겠다는 신념 아래 미친 듯이 달려왔다. 2년 동안 평균 210시간씩 일을 했으며 퇴근하고도 브랜드 생각을 놓지않았다. 이제 주니어에서 벗어나 준 시니어로 가는 길에 나를 돌아볼 시간이다. 어떤 브랜드 기획자가 되고 싶으며 어떤 것을 추구하며 나아가야 할지 한번 되짚어 보려 한다. 글쓰기 학원, 스피치 학원, 영어 학원 등 일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운전, 돈 관리 등 진정한 어른?이 되어 보려 한다.

해녀가 잠수했다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뱉는 소리를 ‘숨비소리’라 한다. 깊게 잠수했다면 다시 올라가 숨도 쉬어야 한다. 몸도 마음도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깊게 잠수하기 위해 숨을 고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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