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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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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Jan 31. 2021

넌 취향도 없냐?

내가 왜 '취향전'을 쓰게 되었는가

  "넌 취향도 없냐?, "무취네 완전 무.취.향", "디자이너가 취향이 왜 없지?" 대학생 내내 이런 말을 듣고 살았던 것 같다. 아니 대학교 이후 사회에 나와서도 "왜 소뇨씨는 취향이 없어요? 아닌가 애매한 건가?" 솔직히 그 당시 취향을 가진다는 것은 돈을 쓰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줄까지 서가며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얻는다던지, 미친 듯이 클릭해 콘서트를 예약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구매한다는 것. 대학생 신분으로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했다. 마치 취향은 내가 돈이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솔직히 작년까지도 취향이 나한테 도대체 뭐가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 몰랐다. 아뿔싸. 근데 이제 취향 없이 살아가는 게 나에게 실이 되었다.


  작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너무 친해 반말로 얘기하는 후배가 나에게 했던 말, "야 넌 취향 없잖아. 네가 좋아하는 무인양품, 그거 사실 네가 디자인하기 편해서 그런 거잖아." 아.. 아프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뼈를 맞은 거 같았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미니멀을 좋아한 건 제품 디자인을 할 때 표현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했다.


  일하면서도 취향이 없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이 되었다. 분야 무관 어느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자기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며 리서치를 진행하고 브랜딩을 하지만, 전혀 관심 없고 그런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것, 취향이 없어 시도해보지 않는 것들이 쌓여 내 발목을 잡았다. "아.. 전 이것도 안 해봤고, 이것도 잘 몰라요, " "제가 키덜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 이런 사소한 경험과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안 만나봤다는 것. 아니 콜렉터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은 브랜딩 하는데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다 보니 문뜩 취향을 갖고 싶었다. 뭔가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거 같고 우리 집 인테리어는 대학생 때 나의 모습과 다를 게 없고 소주를 좋아하는지 막걸리를 좋아하는지 뭐든 상관없는 그런 껍데기밖에 없는 삶.


  그래서 2021년 내 취향을 쌓아보기로 했다. 조금 내가 더 나다워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도록. 미니멀리즘 디자인처럼 내 편의를 위해서도 좋고 누가 이게 멋있다고 해서 좋아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게 된 것, 좋아하는 것에 왜 좋아하는지 의미를 아는 것. 내 자신을 정의하는 것. 그것이 취향을 만드는 첫 시작인 거 같다.


  오직 나만의 취향을 쌓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향도 드려다 볼 수 있는 시간. 왜 축덕 친구의 방은 유니폼으로 도배되어 있는지?, 왜 피크닉을 좋아하는 걔는 집이 식물로 뒤덮여있는지 등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 보며 나 자신도 함께 드려다 보는 시간. 나는 이 프로젝트의 명칭을 춘향전이 아닌 취향을 엿보고, 취향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는 취향전으로 하고 싶다.


21년 프로젝트 [취향전] 한번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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