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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Jun 01. 2021

아니요. 콜라보단 펩시 없나요?

만연 2위라도 펩시라서 괜찮아

   “아니요, 코카콜라보단 펩시 없나요?” 여름이 시작되면서 습관처럼 콜라를 찾기 시작한다. 뭐 주변 친구들은 콜라든 펩시든 상관없이 잘 마시지만 나만 유난스럽게 펩시를 찾는 편이다. 가격이 콜라보다 300원 더 싸서 펩시를 마시는지 아니면 단지 용량이 더 많아 보여서 마시는지, 뭐 그런 이유보다는 그냥 맛이 너무 좋다. 눈 감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마셔 구분해보라면 구분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펩시가 좋은 건 아마 펩시와 얽혀있는 개인적인 경험이 너무 많아 코카콜라보다는 펩시가 더 손에 잡히는 거 아닐까?

 

출처: unsplash.com


펩시와의 학창 시절

나는 특이하게도 고교생활을 남미에서 보냈다. 사계절은 없고 1년 내내 비 오는 날과 더운 날만 있는 국가, 물보다 콜라가 더 저렴한 국가. 그런 곳에서 선천적으로 땀쟁이인 나는 매일 펩시를 달고 살았다. 학생 때는 코카콜라와 펩시 어떤 맛을 마셔도 상관없었지만, 코카콜라의 강렬한 레드 컬러보단 시원해 보이는 파란 펩시를 선택했다.


   당시에는 하루에 적어도   이상의 펩시를 마셨는데, 런치타임  마시는 펩시, 농구  마시는 펩시, 숙제  마시는 펩시  특정한 상황마다 많이 마셨다. 그중에서도 런치타임  마시는 펩시가 가장 좋았는데, 이때의 펩시는 학교가 절반 이상 끝났다는 것과 어려운 English Literature 수업이 끝났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의 펩시는 그냥 음료 라기보다는  돌리는 시간이었다.


   학생 때부터 펩시 마실 때 이상한 습관이 있다. 캔을 한 번에 따는 게 아니라 딸깍딸깍 소리를 두 번 내고 마시는 습관인데 이상하게도 캔이 따질 때 그 경쾌한 소리가 너무 좋았다. 탄산이 같이 세어 나오면서 병뚜껑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소리가 파란 펩시를 더 시원하게 느껴지게 했다. 그 이유로 어디선가 캔 따는 소리만 들으면 저절로 펩시가 연상된다.

실제 이런 panaderia에서 자주 사 마셨다


익숙한 맛이 주는 안정감

11학년 때 부모님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남미를 간 적이 있다. 남미에서 한국으로 가려면 항상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을 들려야 한다. 항상 환승하던 공항인데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샤워실을 이용하다 문 잠구는 법을 몰라 갑자기 백인 아저씨가 들어온 사건, 환승 게이트를 못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 기억 등 15시간 정도 대기하던 공항에서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았는지...


   다행히 국제미아는 되지 않았지만 환승 게이트에 제대로 왔는지  번이나 확인하고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게이트 앞에서 혼자  어쩔  몰라 주섬주섬 카드를 꺼내  마셨던 펩시. 펩시를  모금 마시니 익숙한  맛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 게이트  의자에서 잠들었던 기억. 익숙한 맛과  맛이 주는 안정감이라 할까. 그날 다행히 환승을 잘할  있었다.



음미해서 마시면 맛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펩시는 코카콜라보다 단맛이 강한  같다. 국내 코카콜라는 단맛과 탄산의 밸런스 잡힌 조화라고 하면, 펩시는  맛이 훨씬 강한 콜라라고   있다. 굳이 완성도로 따지면 코카콜라가  좋지만, 나는  맛이 강한 펩시가 좋다. 강한  맛을 시작으로 마지막에 혀를 치는 탄산,  자극적이고 치고 빠지는 맛이 너무 좋다. 커피나 맥주처럼 콜라를 많이 마시면 어느 정도 맛을 구분할  있는데, 곁들이는 음식과의 조화에 따라  가지 콜라를 상황에 맞게 즐겨보는  어떨까?

환상의 조화


   펩시를 마시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다. 학생 때 마냥 튼튼한 몸도 아니고 방심을 하면 너무 쉽게 살찌는 나이라 요즘은 건강을 위해 펩시를 멀리한다. 제로 펩시 등 제로 시리즈가 다양하게 출시됐지만, 제로 시리즈는 중요한 부분이 빠진 혼종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스프라이트 제로를 마신다. 피자를 먹거나 꼭 탄산이 당길 때는 스프라이트 제로를 마시지만, 여전히 기분을 내고 싶거나 단 게 당길 땐 어김없이 얼음이 가득 담긴 유리잔과 펩시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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