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일을 할 때마다 마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데이터를 찾고 발굴하며 연결하는 일은 재밌지만,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때마다 피가 묽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만드는 나조차 공감가지 않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을 구성할 때마다 힘이 빠진다. 그러다 보니 매번 브랜드 스토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브랜드 스토리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이고 어떤 것을 담아야 할까? 오늘날의 브랜드 스토리는 필요한 것일까?
브랜드의 브랜드 스토리를 광고 아닌 홈페이지에서 본 적이 있는가?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거의 없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광고 및 브랜드를 만드는 분들 외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보지도 않는다. 아무도 읽지 않는 메시지에 기업은 왜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브랜드 전략 기획을 할 때마다 브랜드 스토리 개발은 과업 범위에 항상 들어가 있다. 관습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든다. 왜 스토리가 필요한지,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브랜드 스토리는 하나의 장이다. 기업을 뽐내거나 허황된 약속을 하는 자리로 브랜드 스토리가 없을 경우 추가 요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브랜드 스토리가 없을 때 허전함을 느낀다는 클라이언트도 만나봤다. 하지만 이런 작위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절대 고객에게 전달되지도 남지도 않는다.
기업의 스토리텔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개인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 마크 W. 셰퍼,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알에이치 코리아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에서는 제품부터 브랜드 스토리까지 이들 브랜드는 전보다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자 이끄는 힘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스토리가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순수히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의 스토리만이 전달된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자기 삶을 편리하게 하며 쉽고 흥미롭게 만드는 데 귀를 기울인다. 삶에 진정한 혜택을 준다고 전달하는 브랜드 스토리여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브랜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고객들을 속인다. 우리 브랜드는 이런 것을 추구하고 이렇게 생각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둥 감언이설을 내뱉는다. 하지만 더 이상 고객들은 달콤한 말에 속지 않는다. 브랜드의 그린워싱 사건처럼 스토리와 브랜드의 행보가 맞지 않을 경우 고객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진정성이 없는 브랜드와 기업에게 브랜드 스토리는 약보단 독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나오미 클라인이 비판했던 건 브랜드의 불필요함 그 자체가 아니다. 슈퍼 브랜드로 주목받고 부를 축적해 가는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균형 현상들이었다. (생략) 실체보다 인식과 이미지만 관리해 온 과도한 포장 행위들 말이다.
- 최장순, 『의미의 발견』, 틈새책방
그렇다면 브랜드는 더 이상 스토리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가? 마스터카드의 CMO인 라자 라자마나르는 스토리텔링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스토리메이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왜 스토리텔링이 아닌 스토리메이킹일까? 수많은 광고 중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것과 거짓을 쉽게 분별해 낸다. 물론 AI의 발전으로 고품질의 페이크 뉴스가 형성되고 있지만, 소비와 직접 연결되는 광고와 브랜드에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거짓이 덕지덕지 붙은 브랜드스토리 보단 브랜드의 행동과 반응을 본다. 브랜드가 얼마나 사회적 이슈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지, 브랜드의 약속을 얼마나 진실되게 이행하는지 등 브랜드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메이킹은 어떻게 만들고 확산시켜야 할까? 마크 W. 셰퍼에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에서는 스토리메이킹 방법과 확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1. 통찰력과 연구를 바탕으로, 당신의 회사나 제품에 대해 진정성, 흥미, 관련성, 반복성이 담긴 스토리를 구축하라
2. 그렇게 만든 당신의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공유해 줄 수 있는 주요 고객들과 연결해라
3. 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효과적으로 대면 환경과 창조적 활동을 통해서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훈련하라
- 마크 W. 셰퍼,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알에이치 코리아
제품 중심의 메시지를 구성하는 게 아닌 삶의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해 브랜드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후 스토리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고객들을 선별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스토리를 이행하는 활동들과 팬들과 소통하는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행동의 반복과 인내를 감수해야 브랜드력이 생긴다.
결국 브랜드스토리도 브랜드메이킹도 진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는 브랜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고객들이 브랜드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쉽다. 결국 오늘 또한 똑같다. 브랜드스토리는 진정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브랜드의 모든 행동은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것이 중심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