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하수가 브랜드 전략에 대해 가진 수많은 질문들
연차가 늘어나면서 업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조금씩 브랜드 전략을 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브랜드에 대해 대화할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브랜드 전문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브랜드를 대할 때 브랜드의 영속을 집중하여 작업을 진행하지만 리서치 → 진단 → 분석 → 솔루션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솔루션 또한 가치체계 정립에서 더욱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말 내부 인터뷰를 하고 대략 시장을 바라본 후 단어를 조합하여 제시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일까?
브랜드 전략이란 무엇일까. 브랜드 전략을 알기 위해서 브랜드의 기본 요소를 정의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기관, 학자들 모두 브랜드는 상표, 로고, 기업, 개성, 이미지, 부가가치로 보고 있으며 브랜드 자산을 브랜드의
정의에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아커 켈러 캐퍼러 브랜드 워크숍, 윤경구). 브랜드의 정의는 전문가마다 다르지만 결국 브랜드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브랜드 자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모든 책에서 다르게 이야기되고 있는데 브랜드 체계 관리, 브랜드 이미지 형성 및 전달, 브랜드 자산 관리 등 많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전략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조직·수행하는 방책으로 그리스어 strategia에서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사전적 의미에서 브랜드 전략이라는 말을 합쳐보면 브랜드를 구성하는 자산을 가지고 비즈니스 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계획, 조직, 수행을 하는 것 아닐까. 물론 이것이 브랜딩, 브랜드 전략 등의 정확한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어원으로 단순히 조합했을 때도 이렇게 묵직한 말이 된다.
여기서 의문점은 우리는 제대로 브랜드 전략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브랜드, 디자인, 혁신이란 책에서는 브랜딩을 이렇게 말한다. “브랜딩은 단순히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활동에서부터 제품, 서비스 등을 통해 조직의 의지가 반영된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캐퍼러 교수는 전통적 브랜딩의 개념은 1 브랜드=1 상품=1 약속이란 말을 한다. 브랜드 컨설팅에 들어가게 되면 리서치와 분석을 하고 그 브랜드를 위한 고유의 이미지와 언어를 만든다. 마치 캐퍼러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 브랜드를 위해 약속을 만들고 가치체계를 정립한다. 그러면 이 자체가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캐퍼러, 캘러, 아커를 전부 분석한 1세대 브랜드 컨설턴트인 윤경구 박사는 “지속적인 브랜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을 선택하고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것은 시장/소비자의 요구에 부합되도록 상품 관련 기능적 관계 측면과 이미지 관련 상징적 관계 측면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대부분 브랜드 기획자들이 하는 일은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발전시키는 것인데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브랜드 전략은 어디 있을까?
최근 들어 전략이라는 말은 많은 변화를 맞이하였다. 경영 전략의 구루인 리차드 루멜트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전략이 아니라 목표나 희망 사항을 나열하는 데 그치게 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단순히 브랜드 체계 가치만 정립을 결과로 내는 브랜드 컨설팅에 적용하면 이런 말이 된다. 현재 브랜드 가치체계만 만드는 것은 목표(비전 Or 미션 설정)나 희망 사항(핵심가치 설정 및 브랜드 골 설정)만 나열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점 파악과 분석이 없다는 것 아닐까.
표나 차트 대신 비전에 이어 사명 선언 내지 핵심 가치를 먼저 정한 다음 전략적 목표를 나열하고 그에 따른 전략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근사한 문구와 구호에도 불구하고 현대식 전략은 대개 과거식 전략처럼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지 않는다. 이러한 전략은 전략적 사고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단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계획을 늘어놓고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 리차드 럼멜트, 『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 센시오
전략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위에 문장처럼 근본적인 문제점 도출이 필요하다. 예전의 나는 겉핥기 식의 브랜드 진단을 하였다. 브랜드의 (쉽게 보이는) 다양한 문제를 나열한 후 거기에 대한 일차원적인 답만 내놓았다. 당연히 클라이언트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브랜드의 표면적인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걸 찾기 위해 도와주는 디렉터도 실력 또한 없었다.
브랜드는 움직이고 숨쉬기 때문에 고객 접점으로 봤을 때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너무 좋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 고쳐준다고 해도 분명 과도한 수정으로 인해 브랜드는 원래 브랜드다움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자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알고 모르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전문성은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능력이 아닐까? 중심을 명확하게 찔러 문제를 정의한 후 거기에 현재, 미래 기준으로 브랜드 솔루션을 주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생각의 시작점이 된 책의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이렇게 고객/소비자의 기능적 욕구 충족을 만족시키는 기본 품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곧 내재적 가치가 우수한 상품/서비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20세기의 패러다임과 마케팅 개념에서는 이런 기능적 욕구 충족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면 충분했습니다.
반면에 매슬로는 단지 기능적 욕구 충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내적인 마음과 정신을 반영하는 보다 추상적인 욕구 충족의 차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상품/서비스 브랜드의 우월한 물리적 속성이나 일정 수준이상의 품질력은 기본이고, 상품/서비스의 사용 상황과 사용자 이미지, 소비자의 자아 이미지, 개성이나 상징과 관련된 보다 고차원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만족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21세기의 패러다임과 브랜드 마케팅 개념에서 구축해야 할 욕구 충족의 차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윤경구, 『아커 · 켈러 · 캐퍼러 브랜드 워크숍』, 유나이티드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