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기획자와 함께 알아보는 브랜드 라이센스
13년 한국에 들어왔을 때 희한한 광경을 봤다. National Geographic이 옷을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 영역까지 론칭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아하기도 했고 웃겨 사진을 찍어 해외 친구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그때 알았다. 해외는 National Geographic은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았고 이것은 라이센스를 받아 론칭한 국.내. 브랜드라는 걸. 작년부터 유난히 라이센스 브랜드가 많아졌다. CNN, FIFA, Billboard, Life Magazine, Kodak, UFC 등 패션 업계에서 라이선스 브랜드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일까? 라이센스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는데 브랜드 기획자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브랜드 라이센스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급부상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빠르게 시작됐는데 영어권 국가에서는 라이센스 컨셉을 광범위하게 이용해 왔다. 브랜드 라이센스 사업은 다른 업계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가져와 로열티를 지불하고 브랜드명을 빌려오는 사업이다. 해당 전략이 다른 사업보다 패션 업계에서 잘 보이는 이유는 과거부터 패션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랜드 라이센스 사업이 패션 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패션 업계 다음으로 이 전략이 활용되는 산업은 호텔 업계이다. 힐튼, 메리어트, 쉐라톤 등 유명 브랜드들은 로열티를 받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빌려주는 체인사업을 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액이 상당하다. 또한 로열티 외 프랜차이즈(브랜드를 빌린 사업체)는 영업이익이 발생할 시 계약에 따라 유명 브랜드에게 이익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물론 모두에게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만의 깐깐한 기준이 있으며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빌릴 수 있다.
한국경제의 ’라이선스 전략 통~했다…2030 열광한 코닥어패럴‘ 기사에 따르면 코닥 어페럴은 20-21년에 벌어 드린 수익만 160억 원이라고 한다. 코닥 어페럴을 이끄는 이준권 대표는 코닥은 3년의 시간과 40-50억의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 라이센스의 장점이라고 하였다. 코닥 외에도 NBA는 국내를 넘어 중국까지 진출하였다. 라이선스의 잇단 성공에는 이색적인 마케팅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크다. 실제 많은 라이센스 브랜드들이 뉴트로 트렌드에 혜택을 받았으며, 들어본 것 같고 익숙한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파워에 매료된 것 같다.
실제 라이센스 사업은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 있어 장점이 많은데 첫 번째로는 앞 사례와 같이 친숙한 브랜드로 고객들과 브랜드 사이의 브랜드 인지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면 브랜드 인지를 위해 많은 돈을 마케팅에 쏟는다. 실제 라이센스 브랜드는 브랜드 인지 단계에 사용되는 비용이 신규 브랜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브랜드력 또한 장점 중 하나인데 많은 분들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자기 자신을 브랜드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 National Geographic도 다큐멘터리 브랜드가 쌓아온 친환경 이미지를 힘입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또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로레알은 프랑스 채널 1의 지구와 환경 보호로 매우 유명한 프로그램 ushuaia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와 샴푸 브랜드로 상품화하였고 시장에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 이외 라이센스를 빌린 업체들이 쉽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과 브랜드 컨셉 확장에 용이하다.
라이센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출시, 성장, 강화, 성숙, 재출시 등)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법의 문제에 있어 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경쟁자를 놀라게 하고 접근 가능하며 창조적인 솔루션의 원천을 제공한다. 그것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진정한 도구다.
- 장 노엘 캐퍼러,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 김앤김북스
업계마다 서로의 움직임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럭셔리 업계의 경우 과거에 무분별하게 대여했던 라이센스를 정리하고 협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구찌는 2000년대부터 라이센스의 과잉을 바로잡고 브랜드의 희소성과 품질을 재창출하였다. 타 명품 브랜드 또한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여 여러 라이센스를 정리했다.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뜬금없는 제품들은 빈티지 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르메스 또한 럭셔리 브랜드로서 철저하게 브랜드 라이센스를 관리한다. 과거 왜건 리츠 그룹이 에르메스의 라이센스를 빌려 최고급 휴양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어마어마한 로열티를 받고 라이센스를 대여할 수 있었지만 에르메스는 자신들의 가치와 산업이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고 성공이 확신되지 않기에 뛰어들지 않았다.
혹시 동묘나 홍대 등 구제숍에 방문해 본 적 있는가? 정말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옷들이 즐비한 곳에 이게 웬걸. 떡하니 구찌, 생로랑, 버버리 제품이 걸려있다. 그것도 현행 제품의 1/10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 짝퉁 제품이냐고? 숍 한쪽 벽면에는 100% 정품이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질문을 한번 바꿔보자.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만든 제품인가?”라는 묻는다면 대답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로 바뀐다.
- 라이센스 브랜드의 미래, 온큐레이션, editor 이광식
브랜드 라이센스가 초기 비용을 아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라이센스를 유지할 수 없다면 그 브랜드의 소유를 잃거나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다. 다른 말로 라이센스 비는 계속 증가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며 라이센스를 타 기업에게 빼길 수 있다. 그 예로 무신사에서 인기 있던 스트릿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있다. 해외 스케이트 보더 이름을 따 만든 브랜드는 유명세를 떨쳐 큰 수익을 냈지만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타 회사로 라이센스가 넘어갔다. 복잡한 부분은 고객들에게 각인된 노란색 캐릭터는 이전 회사에 귀속되어 있고 브랜드 명칭은 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그 브랜드는 두 개로 나눠졌으며 현재까지도 고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브랜드 라이센스 사업은 브랜드 전략 중 하나다. 이 전략의 장단점을 떠나 저자는 요즘 나오는 수많은 라이센스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의 에센스를 잘 지키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패션 업에서는 라이센스 브랜드가 너무 많아 예전 같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진 않다. 브랜드 라이센스 전략이 급부상할 당시 기존 브랜드의 컬러와 이미지를 활용해 컬렉션을 전개했기에 여전히 기존 캐릭터만 유지한다면 진부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브랜드 에센스를 기반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이 달라질 수 있다. 에비앙과 같이 브랜드 에센스인 ’물 이상의 것‘을 기준으로 아기들을 위한 물, 알프스의 물, 균형 잡힌 힘의 물, 젊음의 물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그렇게 변한다고 해도 이질감 또한 없다. 그렇다면 예전같이 않은 브랜드 라이센스를 빌려온 브랜드들은 어떤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당연하게도 브랜드 에센스와 관계없는 유명 셀럽들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광고모델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 에센스를 기반으로 다른 포지셔닝을 보여줄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면 라이센스 계약을 해지하고 사라지는 잠깐 반짝였던 브랜드가 될 것인가?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지만 초창기 때 라이센스를 가져와 운영했던 브랜드들이 하나씩 사라지거나 점점 라이센스 브랜드의 정수를 헤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자로서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에센스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패션 트렌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 아닌 초창기에 잘 활용했던 브랜드력을 연결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이다. 또는 내부 브랜드 안에서 라인업을 만들어 트렌드를 따라가며 수익을 내는 라인과 브랜드의 결을 지키는 본질에 가까운 것을 만드는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라인 확장은 독만 될 뿐이다. 결국 지금은 브랜드 매니징이 중요한 시기다. 신중하게 라이센스 브랜드를 다뤄 라이센스 빌려준 회사와 빌린 회사가 다 win-win한 상황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런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