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브랜드 전략 기획자의 정의
브랜드 전략 기획자라는 직무가 흔하지 않다 보니 채용 관련 정보가 많이 없다. 몇몇 서점에서 브랜드 전략 기획자가 적은 책들을 살펴봐도 브랜드의 정수를 찾고 만들어가는 사람보다는 브랜드 마케터에 가깝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분들과 미래의 나를 위해서 면접 질문들을 열심히 기록했다. 뻔한 질문들도 많았고 Fun한 질문들도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을 하는 직업인만큼 상당히 어려운 질문 또한 많았다. 이번 또한 1편 이후 나를 당황시킨 3가지 질문을 뽑아봤다. 아직 부족하지만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한다.
매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대행사(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대행사에서는 브랜드 플랫폼 형성, 브랜드 방향성 설정, 포트폴리오 전략 구성, 디자인 컨셉 도출, 무드보드 제작, 슬로건 및 스토리 작성,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개발 등 너무 많은 영역을 건드린다. 인하우스 입장에서는 저 수많은 일을 서로 다른 팀에서 다루는 일이 많기에 브랜드 전략 팀에서는 지원자가 브랜드 전략에 완전히 fit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의 경우 카피, 스토리, 콘텐츠 외 브랜드 전략도 만들었다 보니 이 사람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에 알맞을까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대기업의 경우 유니콘 기업보다 세부적으로 팀이 나눠져 있다 보니 디자인기획팀에서는 이 사람이 디자인 컨셉을 도출하고 디자인 요소 전략 방향성을 짜는 사람보다는 브랜드 전문가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이 상당히 많았다.
좋게 말하자면 브랜드 전략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디자인기획팀 등 여러 곳 경계 없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무 면접에 가서는 내가 왜 이 팀에 지원했고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만약 내가 디자인 기획팀에 지원했다면 내가 브랜드 전략보다 어떤 점과 어떤 경험에서 디자인 기획에 더 전문성이 있고 뛰어난 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잘했냐고? 상상에 맡기겠다.
내 경우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긴 했지만 브랜드 전략 팀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영역(카피, 스토리 작성 등 브랜드 버벌에 강점)보다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핵심가치 및 컨셉을 만드는 것을 잘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할 때도 즐거웠지만 핵심을 형성하고 브랜딩 방안 및 action plan을 구상할 때 희열감이 훨씬 컸다. 그렇기에 방향성이 뚜렷했지만 job description을 명확하게 작성한 팀이 많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적지 않게 당황했다. 로망과 열망이라.. 브랜드 기획자로서 아니 인간으로 우리는 로망과 열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재밌었던 질문이었다. 질문이 주어지고 10초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었다. 면접 이후 또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훌륭한 질문이었다.
로망 - 실현하고 싶은 이상
열망 - 열렬하게 바람
-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의 의미를 보고 질문을 생각해 봤을 때 질문의 의도는 꿈꾸는 이상은 무엇이고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로 생각했다. 다른 말로는 이상적인 꿈과 현실적인 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사한 단어지만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당시 질문을 받았을 때는 나는 답변을 자연스레 브랜드 기획자로서 나의 꿈은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답변했다. 쉬는 동안 생각하지 않았다면 답하지 못했을 질문이었다. 쉬는 동안 브랜드 전략 기획자로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어떤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질문의 나의 답변은 ’브랜드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기획자‘이다. 브랜드 전략 기획자로서 브랜드의 본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본질을 놓칠 때 이상한 컨셉이 잡히고 브랜드는 점점 시들어간다. 본질을 잘 찾는 것이 나에게는 브랜드 기획자로서의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이자 열렬히 바라는 것이다. 하나의 답이었지만 다행히도 나의 꿈에는 로망과 열망이 함께 들어가 있는 이상적인 답변이었다. 디렉터님도 답에 대해 만족해하였고 나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브랜딩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관통이다. 브랜딩은 본질적으로 핵심을 꿰뚫어야 하는 일이다.
- 정지원, 원충열, 『어바웃 브랜딩』, 한스컨텐츠
리뉴얼과 리디자인은 어떻게 다를까요?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오래된 것 안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뽑아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다른 하나는 새로운 구매층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 사토 오오키,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 컴인
황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몇 번이나 받았던 질문이다. 스타트업이랑 면접을 볼 때 자주 나오는 질문으로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레 이 질문으로 연결된다. 브랜드 에센스를 정의 내리는 것은 브랜드 전략 기획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아무 정보와 데이터 없이 정의 내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면접 보기 전 면접 보는 회사 브랜드의 에센스를 찾아보고 가긴 하지만 직접 정의 내리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이 질문 이후로 브랜드 에센스와 핵심가치를 면밀히 살피고 면접에 응하고 있다. 만약 브랜드 에센스가 회사에 기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 신문 기사 및 블로그를 뒤져 정보를 취합한 후 나만의 정의를 내리고 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정보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최근 커피타임을 가지게 된 스타트업은 표면적인 핵심가치와 브랜드 정의만 있었지 그런 핵심가치와 정의를 하게 된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브랜드의 에센스를 정의 내리기 힘들었다. 커피타임이기에 가볍게 응했고 안일하게 생각한 만큼 이 질문이 왔을 때 눈앞이 깜깜해졌다. 회사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스타트업의 사업 영역 또한 여성 제품이기에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답변하지 못했다. 충분한 데이터도 없었고 제품에 대한 공감 또한 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난 회사와 컬처핏이 맞지 않았고 두 번의 커피타임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는 하나같이 제품의 편익을 넘어서는 상위의 감성을 명확하게 내세운다. 우리가 고객과 일할 때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그다음 브랜드가 내세우는 감성, 그리고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정의한다. 이런 방향이 명확하게 잡힌 다음에야 브랜드의 분위기와 디자인, 언어를 고민한다.
- 에밀리 헤이워드,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알키
면접 질문과 답변을 적다 보니 확실히 답변의 부실함을 느낀다. 브랜드 전략 기획자 면접에서 대부분의 질문은 회사, 신념, 시장으로 나눠진다. 당연할 수 있지만 세 가지 영역이 방대하다 보니 꼼꼼히 준비할 필요를 느낀다. 특히 나의 신념에 대한 질문은 어떤 질문보다 어려운 것 같다. 나에 대해서 더 생각해야 하고 브랜드 전략 기획자로서의 고민도 필요하다. 다소 투박하게 질문과 답변을 적어 나갔지만 이번 질문 리스트가 다음 면접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나와 다르게 현명한 답변으로 필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