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벚꽃이 질 무렵 처음으로 도쿄를 갔다. 건축기행, 식도락 여행 등 여러 컨셉으로 도쿄를 갈 수 있지만 난 오롯이 쇼핑을 위해 갔다. 3일 내내 브랜드 샵을 돌며 수많은 옷을 구경하고, 입어보고, 마음속 장바구니를 채워갔다.마에 담아뒀던 구매하러 간 날, 그 옷은 팔리고 없었다. 그렇다. 도쿄에서는 마음에 드는 옷을 봤을 때 바로 사야 한다는 기본 룰조차 몰랐던, 그런 첫 여행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안고 맞은 마지막 날 충동적으로 FreshService 옷을 구매했다. 시부야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바로 그 옷. 살짝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무언가를 샀다’는 만족감에 웃으며 매장을 나왔다. 그날 이후로 FreshService 옷을 한 벌, 두 벌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넉넉한 실루엣, 부드러운 소재, 상상 속 컨셉을 현실화한 듯한 세계관까지. 그렇게 나는, 꽤나 흥미로운 이 브랜드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FreshService는 Graphpaper의 디렉터 미나미 타카유키가 만든 브랜드다. 그는 일본 내에서 브랜드 전개와 공간 디렉팅, 아트 디렉션, PR까지 두루 해내는 인물로, Alpha PR을 운영하며 1LDK, 오가와 커피 등의 브랜딩과 공간 기획을 총괄해왔다. 그런 미나미 타카유키가 ‘가상의 운송 회사’라는 설정 아래 FreshService를 시작했다. 옷뿐 아니라 가구, 식기, 수건, 사무용품까지 판매되는 것들의 범위는 상상을 넘어선다. 처음 일본에서 매장을 봤을 때는 돗자리, 배낭, 보온 텀블러 등 없는 게 없어 아웃도어 브랜드인 줄 알았다.
가상 운송 회사를 이미지 한 콘셉트 브랜드 FreshService(프레시 서비스)는 Graphpaper 디렉터 Minami Takauki(미나미 타카유키)가 기획 및 운영하는 브랜드로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의식주에 관련된 제품들로 컬렉션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산품을 만드는 제작자 혹은 브랜드 협업을 통해서 각종 제품을 협업을 하는데, 그 선택에 있어서는 제작자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것을 선택하여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이 운송회사의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 slowsteadyclub, FreshService 소개글
솔직히 도쿄에 가기 전부터 FreshService라는 이름은 익숙했다. 슬로우스테디클럽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브랜드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브랜드 컨설팅을 하며 FreshService의 공간 기획을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단지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공간’까지 설계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관심이 깊어졌다. 도쿄에 가게 된다면 꼭 들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그즈음이다.
직접 방문한 FreshService의 공간은 단정하면서도 재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공간'보다 ‘단어’였다. 당시 진행하던 캠페인의 이름은 Refresh Service. 그 짧은 문장이 이상하리만치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마침 내 삶에도 작은 환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그래서였을까 그 말이 더 깊게 들어왔다.
재미있게도 이 캠페인에서는 사우나 관련 제품과 츄리닝 셋업이 함께 전면에 배치되어 있었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미나미 타카유키가 사우나 애호가를 위해 기획한 제품이라고 했다. 그런 디테일조차도FreshService 답다.
확실히 아트디렉팅과 PR를 전문적으로 하는 디렉터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보니 Refresh Service 외 다른 재밌는 캠페인도 많이 진행한다. 최근에는 ‘FRESH DRINK SERVIC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했다. 유리컵, 텀블러, 주방 소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기획은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 안에 실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경험까지 제공한다. 제품의 쓰임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은 FreshService 특유의 디렉팅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FreshService의 재밌는 점은 재해석이다. 브랜드의 첫 시작은 음식, 의류, 일회용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미나미 디렉터가 큐레이션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이동형 셀렉트숍이었다. 점차 점포가 확장되면서 현재는 기존 제품을 재해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점이 많다. 운송 회사의 옷이다 보니 주머니가 상당히 많고 볼펜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주머니의 디테일까지 챙긴다.
의류는 '도구로서의 옷'이 컨셉입니다. 반대로 잡화류는 패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거나 '왜 이런 게 없을까'라는 개인적인 욕구나 의문을 형태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 01. “何を作るか”というより、“どう伝えるか”が大事, Solotex 인터뷰 中
FreshService의 셋업 또한 흥미롭다. 겉보기엔 평범한 스트리트 웨어처럼 보이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포켓이 숨어 있다. 일상에서 손이 자주 가는 물건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도록 마치 도구함처럼 설계된 옷이다.
미나미 디렉터는 소재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경쓴다. 특별히 튀지는 않지만 은은한 광택을 품은 섬유, 빠르게 마르는 특수 소재 등 여러 가지 원단을 직접 테스트해가며 최적의 질감을 찾아낸다. 옷을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닌, 삶의 ‘도구’로 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이 브랜드의 또 다른 매력은 화보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특유의 정갈한 무드와 함께, 옷이 가진 실용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연출된다. 상자, 박스 같은 운송용 소품들과 함께 찍힌 컷들은 브랜드의 컨셉인 ‘가상의 물류회사’에 생생한 숨결을 더해준다. 결과적으로 이 옷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옷이자, 일상의 리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옷이다.
캠페인마다 그 테마를 명확히 드러내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옷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상황과 맥락을 중심에 둔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모델, 일상의 순간을 연기하는 듯한 장면,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옷들 등 그렇게 힘을 뺀 이미지에서 오히려 옷이 풍기는 느낌과 분위기에 눈이 머문다.
FreshService의 화보를 보면 일하는 사람의 하루가 상상이 된다. 땀이 식기도 전에 다시 움직여야 하는 사람 모습이라던지 손에 뭘 들고 다니는 사람, 그 이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등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요즘도 FreshService의 옷을 입는 날이면 기분이 달라진다. 움직임에 제약이 없을 만큼 편하고, 예상치 못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어 입을 때마다 작게 웃게 된다. 가상의 물류 회사, FreshService의 이름처럼 그날의 기분도 다시 리프레시 되는 것 같다. 단지 옷을 입은 것인데 어쩐지 하루를 조금 더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당신도 옷장 속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지 ‘예쁜 옷’이 아니라, 기분을 바꿔주는 옷, 그런 옷을 알고 있는 사람의 하루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