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잡힌 이재명 대통령의 G7 순방. 16일(현지시간) 급히 캐나다에 도착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캘거리 공항 인근의 세 군데 숙소에 뿔뿔이 흩어져 묵었다. 프레스 센터(MPC)가 마련된 호텔로 셔틀버스가 순환하긴 했지만, 정작 G7 정상회의가 열린 카나나스키스(Kananaskis)까지는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나는 대통령의 G7 사진 취재를 맡아 다음 날(17일) 새벽 3시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아니, 잠을 자지 않았으니 ‘일어났다’기보다는 ‘기다렸다’는 말이 맞겠다. 알람을 대여섯 개나 맞춰 두었다. 텔레비전에선 영화 <19곰 테드>가 나오고 있었지만, 하나도 안 야했다.
해가 뜨기도 전, 취재진을 태운 버스는 캐나다의 끝없는 평야를 가로질렀다. 길고 낯선 새벽이었다.
중간 기착지인 밴프(Banff)에서 프레스 전용 버스로 갈아탔다. 그때부터 진짜 캐나다가 시작됐다. 돌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라스트 오브 어스’ 속 잭슨빌 풍의 나무집들이 스쳐 지나갔다. 앨버타의 산맥은 설악산을 닮았지만, 스케일은 넘사벽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풍경에 감탄하는 걸 보면… 나도 늙었나 보다.”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정장을 입은 건 우리뿐이라는 사실. 한국팀만 모두 양복 차림이었고, 미국과 인도 기자들은 캐주얼한 옷 차림이었다.
6월 말이지만 체감 온도는 초가을. 유니클로 감탄 수트를 입은 나는 오들오들 떨었다. 다행히 햇살 좋은 벤치 하나를 찾아, 광합성으로 체온을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밤 만찬 직후 귀국했고,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장에 등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뉴스로만 보던 정상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참석했다. 화면으로만 봤던 ‘이쁜 누나’의 실물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무대와 달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G7, 아직도 세계를 움직이나?”
더 부유하고 강력해진 신흥국들이 늘어난 지금, G7은 어쩐지 세계를 이끄는 리더 그룹이라기보다, 옛 영광을 되새기는 ‘원로 모임’처럼 느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어가 유창하진 않았지만, 첫 외교 무대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옆에 앉아 대화를 시도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짧은 악수를 나눴다. 기념사진 촬영 후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손짓을 섞어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미지로만 본다면, 충분히 ‘존재감’을 남긴 셈이다.
이날 우리나라의 메인 이벤트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첫 양자회담이었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 입장하자마자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이시바 총리가 사진 촬영 위치를 착각해 자리를 옮기자, 이 대통령도 따라 움직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
보도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 정상이 나란히, 똑같이 웃는 장면이다. 젤렌스키나 트럼프처럼 캐릭터가 강한 리더가 아닌 이상, 그런 사진이 바로 신문에 ‘쓸 수 있는 사진’이다. 그날 나는 그 한 장을 잡았고 무사히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행사는 끝났지만, 귀국길은 또 다른 여정이었다. 정상들이 떠날 때까지 우리는 보안 통제로 행사장에 1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 프레스 셔틀도 움직이지 못했다.
보다 못한 인솔자가 보안요원에게 언성을 높였다.
“우리가 비행기 놓치면 책임지실 겁니까?”
결국 현지 밴을 급히 수배해 중간 기착지까지 이동했고, 거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 MPC로 복귀했다. 이어 캘거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긴장이 풀리자, 캐나다의 마지막 풍경을 볼 새도 없이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서울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말 그대로, 1박 3일. 지옥의 여정이었다.
다음 순방은 나토? 글쎄, 미국과 이란의 관계로 어찌 될지 또 모른다.
그래도 한동안 멈춰 있던 대한민국 외교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이 하는 일은 같다. 달라진 건, 대통령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