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지 못했다

에반 부치와 도널드 트럼프

by 쏭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꽂은 미 해병대의 모습이 상징이 된 건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포착한 AP통신의 조 로젠탈은 1945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그 자체로 힘이 있지만,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단순히 ‘기록’되거나, 오래도록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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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했다. 그날, 전 세계는 단 한 장의 사진에 주목했다. AP통신의 에반 부치(Evan Vucci)가 촬영한, 피를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쥔 채 일어서는 트럼프의 모습이었다. 그의 등 뒤로 성조기가 휘날렸다. 로우 앵글, 삼각형 구도, 붉은 피, 파란 하늘—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그는 마치 ‘불사조’같았다.


2025년 퓰리처상은 예상대로 트럼프의 극적인 정치적 부활을 다룬 보도가 여러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가 ‘승자’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승리를 상징적으로 완성한 이미지를 남긴 부치도 상을 수상할 것이라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올해 보도사진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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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의 영예는 뉴욕타임스의 더그 밀스(Doug Mills)에게 돌아갔다. 그가 포착한 것은 트럼프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탄환의 궤적이었다. 퓰리처 심사위원단은 “총격과 그 궤적이 정확히 한 장의 사진에 포착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암살 미수 순간 에반 부치의 사진을 최고로 꼽는다. 방금 타사 사진기자들도 퓰리처상 결과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중의 인식과 심사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이 괴리는, 보도사진의 ‘좋고 나쁨’이 단순한 미학적 요소나 극적 연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판단에는 뉴스의 시의성,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맥락이 ‘크게’ 좌우된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경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방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며, 외교적으로는 멕시코와의 국경 문제, 캐나다·중국과의 관세 갈등으로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를 ‘불굴의 영웅’처럼 묘사한 에반 부치의 사진은 퓰리처 심사위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024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한 장의 사진은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상은 다른 사진에 돌아갔다. 퓰리처상은 이번에도 말해준다. 보도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때로는 ‘정치적 언어’가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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