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본다는 착각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의 김준영 사무처장이 7m 높이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중 경찰과 충돌했다. 김 사무처장은 크레인을 타고 농성장에 접근하던 경찰에게 정글도를 휘두르고 쇠파이프를 내리쳤으며, 경찰은 진압봉으로 대응했다. 결국 그는 피를 흘리며 끌려 내려왔다.
이 장면은 전남경찰청과 한국노총 측이 서로 다른 버전의 영상으로 공개했다. 언론은 각자의 시선에 맞는 장면을 선택해 보도했다. 누군가는 피 흘리는 김 사무처장을, 또 다른 누군가는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현실. 카메라는 기록하지만, 해석은 보는 이의 몫이다.
비슷한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한 장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대치하는 장면을 군인의 등 너머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일부는 “계엄군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운동이냐”며 반발했고, 결국 보훈처는 사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5·18기념재단이 제공한 것으로, 과거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된 바 있다.
결국 사진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보느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현장에 선 사진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주관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뷰파인더를 보면서도 두 눈을 뜨고, 카메라 프레임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끊임없이 시선을 돌린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도 사진은 여전히 가장 자극적인 힘을 가진다’는 수전 손태그의 말처럼, 잘못된 시선은 때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AP 사진기자 에디 애덤스가 1968년 베트남 전쟁 중 촬영한 ‘사이공식 처형’ 사진은 그 대표적 사례다. 남베트남 국가경찰청장 응우옌 응옥 로안(Nguyễn Ngọc Loan) 장군이 셔츠 차림의 베트콩 전투원 응우옌 반 렘(Nguyễn Văn Lém)을 거리 한복판에서 권총으로 즉결 처형하는 장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미국 내 반전 여론을 급격히 확산시켰다. 사진 한 장으로 로안 장군은 냉혹한 폭력의 상징이 되었고, 반 렘은 억울한 희생자로 기억됐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숨진 반 렘은 바로 얼마 전, 로안 장군의 집에 침입해 그의 아내와 다섯 자녀, 80세 노모까지 잔인하게 살해한 전투원이었다. 처형을 내린 로안 장군은 전쟁 패배 후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평생을 ‘살인마’라는 낙인 속에 살아야 했다.
“그는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그를 카메라로 죽였다. 사람들은 사진을 믿지만, 사진은 조작하지 않아도 거짓말을 한다. 사진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에디 애덤스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았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만의 창과 틀에 사진을 가둔 채 진실마저 바꾸고 있는 건 아닐까.
2023년 6월 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