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에서 꼽은 문장
잠들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저 누운채로 숨을 쉬다보면 방안으로 노을이 스며들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진 뒤 조용히 일렁거리는 커튼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남 얘기 같았다.
예쁘고 멋있고 촉감 좋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마음을 다스릴수 없었다.
자아실현 같은건 모르겠지만 견딜 만한 일을 하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삶.
가끔은 나란히 누워서 햇볕을 쬘 사람이 있는 삶.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불안해졌다.
어느 날 흰 봉투가 날아와 계약종료 통지서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서를 덜컥 내놓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_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作>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