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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Oct 22. 2024

낙하의 꿈,순수



떨어져도 죽지않을 것 같았다.

비행기 창으로 보이는 운해는
열심히 섞고 저어 만든 막 부푼 생크림을 닮았다.
저 구름에 떨어지면, 닿는 순간  내 몸은 살짝 튕겨올랐다 다시 떨어지고 이내 구름에 포옥 감싸일지 모른다 생각했다.


어릴적에는 하늘 바라보기가 매일의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구름의 흘러가는 속도에 시선의 속도를 맞추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던가,
은근슬쩍 금세 또 다르게 변해버리는 구름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며 비슷한 동물이나 사물 따위를 상상하는 재미를, 무언가를 이미지로 발견해낸 내가 대견하여  가슴이 부풀고는 했다.

옥상의 평상에 드러누워 올려다 본 밤하늘은 특히나 좋았다.
까맣게 맑은 흑도화지 같은 밤이면 말 그대로 별세계가 펼쳐졌다.
반짝반짝 은박을 수놓은 보자기를 화라락 넓게 펼쳐놓은 것처럼,나의 상상도 펼쳐졌다.
부푼 꿈이 심장을 휘돌아 우주로 가는 시간을 즐겼다.


어린 날의 그 낮과 그 밤, 그 순수를 믿고 싶은 마음이 여전한 날을
이렇게 문득 만난다.
무지개 저 끝에 다다르면,
일곱빛깔을 넘어선 벅찬 그 무언가를
반드시 발견하게 될거라 믿었던 것 처럼,
깨끗한 철모름이 그리운 그런 날을
오늘,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잊혔다 뒤늦게 전해진 편지처럼, 반가움으로 텅 하고 울리는 큰 진동을.

그렇게 오랜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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