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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눈으로 깨어나

by HeySu


가끔 돌아가신 엄마의 꿈을 꾼다.
얼굴은 나오질 않으니 엄마꿈이라 할 수 있는건지,엄마는 쉬이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
다음 달이면 엄마가 돌아가신지 1주기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돌아가시고 나서도 미운 감정은 사라지지도 않고 안타까움과 안 된 마음이 시끄러이 섞여 힘들게 하더니, 그 마음 아시는지 얼굴 보이시는 일이 없다.
그저 꿈의 스토리 상 '존재'로만 등장하는 엄마이고, 엄마의 팔이고,엄마의 목소리다.

오늘 꿈엔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드셨다.아주 작은 시식샘플같은 크기의 콘 아이스크림이었다.
두 개 있는 것에서 본인이 모양 못난 것을 드시겠다길래,"엄마가 예쁜거 먹어."하고 손에 바꿔 들려드렸다.
울음이 터질 상황의 꿈도 아니었는데,나는 꿈 속에서 대화 내내 가슴이 미어진다.

얼굴이 찌그러지고 심장이 쥐어짜이듯 아린 고통에 잠이 깨었다.
울고 있는 눈으로 깨어나 베겟잇을 적신다.잠이 깨었으나 일어나지는 못한다.


이런 식으로 불쑥 가끔 엄마는 꿈에 나타난다.이렇게라도 잊지 말라는 건가.
평생 미웠지만 온통 미움 뿐이었다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엄마와 자식으로 함께 한 세월 속에 나를 먹이고, 씻기고,간병하고,칭찬하고,기특해 한 순간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녀의 '부재의 시기'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가면 갈수록 앞으로 주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 되겠지.
내가 미움과 절망의 눈으로 가득차 암흑

외에보지 못했던, '점점이 빛'처럼 따스했던 감정들도 이토록이나 많이 뿌려져 있었구나 하는 순간이...

엄마의 사진을 어렵게 찾았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몇장 없는 엄마와의 사진을 뒤져, 따로 카카오스토리에 저장해둔 사진이다. 10년도 훨씬 전에 야외로 나가 찍었던,엄마로 살아가기 시작한 내가 엄마의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이다.

엄마가 가끔 보고 싶다. 미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서 자꾸자꾸 손으로 닦아낸 얼굴이 소금기에 따갑다.
감정은 순수하게 단 한가지의 색깔들로만 있는게 아니란걸 살수록 알게 된다. 온통 미움같았던 검은 것 속에 온갖 색이 담겨있다.
물감 여러 색을 계속 섞어내다 보면 결국 검정물감이 되어버렸던 그 경험의 결과를,

그 당연한 것을 이제서야 삶 속에서 이해하게 된다.

이미 끝났고 지나버린 관계의 세월을 되짚어,

나는,엄마와 내가 만들었을 또 다른 빛결을 뒤늦게 비로소 찾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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