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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May 21. 2024

시작하는 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5월의 봄을 정신없이 만끽하던 와중에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이라는 것의 매력에 푹 빠지고, 책방지기가 되는 '꿈'같은 로망을 가지게 된 이후로 배우고 싶어졌던 것에, 나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고 그런 마음이 가 닿았던 것인지 나름 센 경쟁을 제치고 기회를 얻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였지만 누군가들에는 닿지 않았던 인연이 내게 왔음을 생각하면, 어렵고 헤매야만 하는 새 시작의 스트레스는 신선한 자극이 되어 굼뜬 나의 몸을 일으키게 한다.


언젠가 읽었던 사설의 내용이다.

새로운 음악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익숙한 옛 노래 리스트만이 내 저장 목록에 가득하다면 나의 노화를 의심하라. 새로운 일을 한 가지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나의 늙음을 의심하라.

"그거 해서 뭐해."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이 잦다면 내가 고인 물이 되어 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저 글을 읽고 내 음악 재생리스트를 살펴보았을 때 얼굴이 화끈했다. 요즘 아이돌 노래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저게 가사냐고, 예전처럼 감성이 없다고, 이어지지도 않는 끊어지는 문장들은 그 조차 말도 되지 않는 말장난이라고 치부하며 때때로 흘러간 노래들의 감성을 칭송하고는 했는데, 그 모든 것들의 나의 '늙음'의 방증이었다니 ...


'사고의 경직'은 대체로 위험한 것이다.

블랙홀 안에 꾸욱 꾹 응축 되어 있을 '빨아들여진 무언가들' 처럼 , 나의 사고와 내면도 '고지식함'이라는 단어 안으로 딱딱하게 뭉쳐지고 있다는느낌을 일순간에 깨달을 때가 있다.

그나마도 가끔이라도 그런 깨달음을 '인지'나 하고 있으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진정한 '꼰대' 그 조차도 깨닫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상태일테니까.


내가 이 찬란한 봄의 끝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배움은 <출판창업>에 관한 과정이다.

글을 좀 더 잘 써보고 싶어졌고 , 제대로 나의 글을 교정 교열 해 보고 싶어졌고, 타인의 글을 보다 더 잘 읽을 수 있기를 바랐고, 저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는 독립출판물에서 파스텔 색 솜사탕같은 달달한 꿈을 꿔 보기도 하는 것, 그게 새 시작의 이유였다.

지역신문에서 우연히 마주한 공지 글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봄으로 끝나버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비슷한 꿈을 꾸며, 오랜만에 마음에 띄웠을 쿵쿵거리는 설렘을 공유하는  동료들을 만나 새 시작의 긴장감을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았다.

첫 날의 어색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그 자리에 함께 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현장의 '당사자'이면서도 '관찰자'가 되어 흐뭇했다.

'몰랐던 사람들'이 '아는 동료들'로 한 순간에 뒤바뀌는 순간의 장면들이 좋았다.


오늘 배울 과목도 내겐 "생전 처음이에요!" 다.

뭔소리야, 어려워,  혼자 못 쫒아가는거 아냐? 연발하며 또 애가 타는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늘 '그런 것'이니까.

그게 당연한 것이니까.이 또한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 것임을 잘 아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정신머리 바투잡고 무더위와 함께 할 이 과정을 치열하게 잘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앗! 등교시간이다.

남아있는 커피를 들이켜고 후다닥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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