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사랑한다.그리고 셀프약속
그 약속 또 잘 지키려나 모르겠지만.
토요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의 학원 등원을 서둘렀다.
늦잠자고 핸드폰 보고 여유부리다 어영부영 보내버릴 주말의 오전시간이 아까워 아이와 상의해 변경한 수업시간이다.
9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맞춰 들여보내고,나는 같은 건물의 카페에서 집에서부터 가져온 책을 열심히 읽는다.
사람이 많지 않길 바라는 이기적인 손님의 입장으로(죄송합니다.사장님 ) 카페의 '아직까지는 한가함'을 누린다.
얼마되지 않아 초등 꼬맹이 아가씨와 엄마가 들어왔다.
아,이른 오전부터 모녀가 카페 데이트 나왔나싶어 흐뭇하게 웃음을 흘렸다.
얼마지나지 않아 날카롭고 차가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책 읽던 고개를 들었다.
수학을 가르치는 모양이다. 마주앉은 아이 표정이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간간이 "바보야!" 하는 말도 들린다.
계속해서 아이를 차갑게 다그치는 엄마목소리가 불편하다 못해 내 엉덩이는 자꾸 들썩거린다.
읽고 있는 책이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책 너머로 얼핏 얼핏 아이 표정을 자꾸 살피게 된다. 저 상황이 익숙한지 아이가 '그래도'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는구나 ,이 생각이 안도인가 싶다가 되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꿔어버려 심박이 자꾸자꾸 올랐다.
나도 저랬을까...
내 아이의 저만한 때,나도 직접 하나하나 가르치곤 했었는데 내 표정도 저 엄마의 것을 닮았었을까.
내 아이도 저런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마음은 한없이 쿵쾅거리고 있었을까.
이내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아까 꿀밤맞은 아이가 제 머리의 맞은 부위를 긁적이는 모습에 어렸던 내 아이 얼굴이 그대로 덮인다.
더했으면 더했으려나.
아구야,너무나 미안해진다.
나는 지금 13층 강의실에서 30분 후면 수업 마치고 부지런히 내려올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만나면 물어볼 것이 한 가득이 되었다.
이 얘기 물으면서 같이 웃으면 좋겠는데,혹여나 아이가 싫은 기억의 표정을 내비칠까봐 걱정이 된다.
어쩌려나.
만약 그렇담 사과해야지.
지금부터는 좀 더 다정해져야지.
공부를 주제로 뾰족해지는 말은 내뱉지 않아야지.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엄마가 되야지..
자꾸 어기게 될지도 모를 약속을 또 혼자서 꼬옥 꼭 손가락 걸고 있다.
수업시간 20분 남았다.
책이나 마저 읽자!